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드림플라자 모습.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7월부터 중소기업 판로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로 드림플라자라는 중소업체 전용 판매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 3곳에 설치돼 있는 이 판매관은 경쟁력 있는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를 선별해 소개하는 매장이다.

현재 각 지점당 10개 내외의 중소기업 브랜드가 입점해 있으며, 롯데백화점은 이들 입점 기업에 매장 인테리어 비용과 판매사원 인건비를 전액 지원한다. 판매수수료 역시 18~20%로 비교적 저렴하게 받는다.

롯데백화점은 드림플라자 입점 기업을 모집하기 위해 분기별로 홈페이지에 모집공고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서 추천을 받기도 한다. 이후 모집된 업체들의 상품을 대상으로 자체품평회를 가진 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들에 입점 기회를 제공한다.

롯데백화점 동반성장팀 백성은 매니저는 지난달 2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드림플라자는 우수 중소기업에 안정적인 매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을 고급 브랜드로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며 “백화점 입장에서도 실력이 탄탄한 중소기업들과 일할 수 있어 매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드림플라자를 이용해 가장 큰 실적을 올린 중소기업으로는 ㈜루바니가 있다. 2013년 설립된 루바니는 전라남도 광주에 위치한 패션전문 기업이며 낙하산 방수원단을 이용해 핸드백, 백팩, 앞치마 등을 만든다. 루바니는 지난해 7월 잠실점 드림플라자에 입점했다. 

 
박주현 루바니 대표는 지난달 2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품질 면에선 어느 명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보니 국내 시장을 뚫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뒤로 안정적인 매출처가 확보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회사 경쟁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루바니는 드림플라자에 입점한 뒤 매출이 300% 가량 상승했다.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 1월엔 중국 호남성 홈쇼핑TV 해피고(Happigo)에 진출하기도 했다. 당시 루바니는 한국 백화점 상품이란 소개에 힘입어 방송 시작 25분 만에 준비했던 ‘시크릿 이지백 3종’ 1000세트를 모두 팔아치웠다. 박 대표는 “25분 방송으로 약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회상했다. 

패션가방과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루바니의 광고화면. <사진=루바니 홈페이지>

이후에도 롯데백화점은 루바니가 지속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롯데백화점 중국 지점(웨이하이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어주고, 운송·통관비용과 매장 인테리어비, 판촉비용 등을 100% 지원했다. 또한 별도 부스를 마련해 현지 바이어와의 상담기회도 주선했다.

이같은 롯데백화점의 사례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 이행 모범사례에도 선정됐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중소업체에 전용 판매관을 만들어 판로를 열어주고, 해외 진출까지 지원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공정위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에게 제출한 ‘대형유통업체(마트·백화점·홈쇼핑) 과징금 부과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롯데백화점과 롯데홈쇼핑이 속해있는 롯데쇼핑에 부과된 과징금은 약 126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롯데, CJ 등 대형 유통업체 전체에 부과된 과징금(약 227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의 모범사례 선정은 기업이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라며 “동반성장협약 이행실적 평가와는 다른 개념으로 봐 달라”고 해명한 바 있다.

롯데는 공정위의 모범사례 발표가 있은 직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불거지면서 그룹의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80여개 국내 계열사가 일본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것은 물론, 전체 롯데 계열사의 0.05%의 지분만 갖고 있는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친인척 등을 통해 한일롯데를 지배해온 사실이 이슈가 됐다.

한편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상생하고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백화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드림플라자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2016년에는 대구·대전·광주 등 전국 8개 권역에 드림플라자 매장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며, 해외 지점에 드림플라자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루바니 박 대표는 “백화점에 매장을 차린다는 것만으로도 중소기업에겐 큰 기회”라면서도 “드림플라자가 더 나은 동반성장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선 입점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도 힘써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점 업체들 중에는 판매부진을 겪다 매장을 정리하는 곳도 꽤 있다”면서 “입점 이후에 제품 홍보나 브랜드 마케팅 등에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더불어 “성공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겐 백화점 내 단독 매장 확보나 면세점 진출 등 판로를 더 다양하게 열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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