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혔다. 30일 OECD가 발표한 ‘건강 통계 2015’(Health Data 2015)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평균 29.1명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회원국 평균치(12.0명)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며, 2위 헝가리(19.4명), 3위 일본(18.7명)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게다가 한국의 자살률 1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이후 단 한 번도 세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11년째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1998년 IMF 사태 이후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을 기점으로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자살률이 1985년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제 한국인에게 자살이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은 4번째 사망 원인이 됐다.

높은 자살률은 현재의 삶이 불만족스럽다는 증거이자 미래의 삶이 불안하다는 표시다. 지난해 2월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거듭되는 낙방 끝에 이력서 뒷면에 유서를 쓰고 목숨을 끊었다는 어느 30대 구직자의 이야기 등은 모두 불안정한 삶을 견디다 못해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자살문제의 해결책은 결국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것이란 뜻이 된다. 국가가 나서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고, 복지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쉬운 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일자리 대책으로 밀고 있는 정부의 행태는 안타깝기만 하다. 근로자 해고가 지금보다 더 쉬워지고 고령자의 조기 퇴직이 확산된다면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생활고 압박은 지금보다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을 ‘자살률 1위’에서 내려놓기 위해선 삶에 지친 사람들을 살 만하게 만들어 주는 일부터 우선돼야 한다. 긴 노동시간과 소득불균형, 고용불안 등 부정적 삶의 지표들을 변화시키는 것 말이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박근혜 정부가 집권 하반기에 올인 해야 할 진짜 국정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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