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담합 적발로 입찰이 제한되자 국책사업에 입찰할 건설사가 없다. 결국 정부도 어쩔 수 없이 광복절 특사로 입찰제한을 풀어줬다. 기업이 국가권력을 흔든 유례없는 상황이다”

대기업 담합의 심각성을 박승록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박 교수는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양극화 토론회에 참석해 “재벌 대기업의 담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가 만연하나 공정위의 감시와 처벌이 미흡해 시장경제의 기본가치가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의 담합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인 것이다. 기업의 담합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흡해 과징금 처분을 받더라도 담합을 하는 쪽이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 받은 입찰 담합 적발 기업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6월말까지 3회 이상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은 44개였다. 이들 기업이 입찰담합과 관련해 거둬들인 매출은 약 34조7760억원이었는데, 공정위에서 부과한 과징금은 수입의 2.74%인 9530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의 담합은 해외시장으로까지 이어졌다. LG전자, 삼성SDI, 필립스, 파나소닉, 테크니컬러, 도시바 등 6개 업체는 20년간 텔레비전 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지난 2012년 EU집행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LG전자가 부과 받은 과징금은 2억9560만유로(당시 환율로 약 4200억원), 삼성SDI는 1억5080만유로(2100억원)였다.

미국에서는 1995년 이후 담합으로 5000만달러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이 38개가 있었는데 이중 5곳이 한국기업이었다. LG디스플레이가 4억달러, 대한항공 3억달러, 삼성전자 3억달러, 하이닉스 1억8500만달러, 아시아나항공이 5000만달러였다.

한국의 공정경쟁 지수는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2013-2014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경쟁력 지표 중 하나인 ‘반독점정책의 효율성’ 부문에서 한국은 150개국 중 49위에 머물렀다. 르완다, 라오스, 잠비아, 우간다, 케냐보다 낮았다.

박 교수는 공정당국 인사들의 공정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공정위 고위급 퇴직자 상당수가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이직해 공정위 행정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에 도움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 공직자의 전문지식 활용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더라도 이는 재임 중 공정성 확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담합행위를 주도한 기업 임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담합행위를 주도한 임원이 실제 처벌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담합 적발로 인한 과징금 부담이 기업에만 전가되고 있다. 담합행위를 한 임원에 대한 구금형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담합에 대한 처벌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노 전 위원장은 “한국은 실손해배상 원칙을 택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에 3배의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민사법 체계의 기본원칙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담합 임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지금도 담합과 관련된 임원을 고발하고 있으며 3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므로 낮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