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퇴직금 중간정산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달 1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임금이 줄어든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이 현행법에서도 가능하지만, 시행령에서 정한 ‘임금피크제 지원금’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여러 상황에서도 퇴직금 중간정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고용노동부 발표가 뜬금없다는 판단이 든 이유는 우리나라의 복지시스템이 튼실하지 못한데다, 노후를 대비한 저축 등이 빈약한 현실에서 퇴직금이 은퇴 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전제하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역시 지금 당장 생활이 어려워도 계속 납입하고 중도에 찾지 못하도록 한 것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다만 주택을 구입하거나, 부양가족의 질병 또는 파산이나 개인회생절차 개시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이 준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중간정산이라도 해 목돈을 쥐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토록 제한해놓고 갑자기 중간정산을 쉽게 하도록 한다니 의아해 질 수 밖에 없다.

퇴직금을 산정할 때 퇴직전 3개월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퇴직금이 줄어들어, 이런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임을 안다. 따라서 확대이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맞는 얘기지만, 퇴직금이 곧 은퇴 후 노후자금인데 마치 사전작업처럼 중간정산까지 쉽게하도록 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밀어붙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 등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또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시행보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 먼저 풀어야 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하자’고 해서 무턱대고 밀어붙이기에 앞서 국민적 합의가 먼저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퇴직금을 은퇴 전에 사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령으로 요건을 만들어 제한을 둔 목적을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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