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특허청과 발명진흥회가 주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특허가치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했고 지금도 미국을 자주 왕래하지만, 미국 IT산업의 핵심인 이곳에서 특허기술거래 실전훈련 등을 한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먼저 실리콘밸리는 ‘특허로 시작해서 특허로 끝난다’고 할 만큼 특허사업화(Monetizing:현금화)가 보편화돼 있다. 또 특허를 통해 수익을 창출도 하지만 특허소송을 통해 상대방 상품의 출시를 지연시키며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90%이상 된다고 한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소송이 대표적인 예인데, 결국 전세계에 두 회사가 스마트폰의 최강자임을 알리는 마케팅 효과를 겨냥한 고도의 지능화된 전략이었던 셈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은 소송이 아닌 마케팅에 포커싱 돼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애플은 ‘High-comfort’를 중점으로 기술보다는 사용자들이 편하도록 디자인을 해 전문가 또는 장년층이 선호하도록 했고, 미국인들이 한손으로 모든 작동을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반면 삼성은 ‘High-tech’을 반영한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만들었다. 하지만 사용자의 편리성 면에서는 조금 모자라는 면이 있고, 또한 한손으로 들고 다니며 작동하기에도 많은 불편함이 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특허소송은 언론을 통해 전세계 시장에서 적절히 마케팅을 하게 된다.

삼성은 로열티를 많이 지불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한 매출수익은 애플보다 많지 않다. 이는 원천특허가 부족하고 원천특허 소유자인 퀄컴 등이 더 많이 이익을 얻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허는 그런 의미에서 기술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한편 이곳에서 보면 많은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투자 및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스타트업 기업들이 태어나고 억만장자들이 사는 이곳에는 VC들이 매주 10여건의 제안서를 검토하지만 1년에 단 2~3건만 투자하고, 일단 투자를 하면 투자한 기업에 올인해 95%의 시간을 개발과 회사성장에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VC들이 투자를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이다. 처음 5분간의 발표와 자료가 VC들로부터 투자결정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지, 발명이나 사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사업계획서상 수치나 계획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 때문에 이 보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번 연수중 퀄컴 본사가 있는 샌디에이고에 방문했을 때 샌디에이고 지방언론이 퀄컴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보도했는데, 그 이유가 삼성과의 거래규모가 작아져서 그렇다는 궁색한 변명을 보면서 미국업체의 또 다른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MTT 신용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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