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복잡한 순환출자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문제시되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주회사란 주식 보유를 통해 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크게는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지주회사로 구분된다. 순수지수회사는 ㈜LG처럼 자회사 지배만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사업지주회사는 생산, 판매 등 고유 사업도 겸한다. 두타를 운영 중인 ㈜두산이 대표적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2년 71%였던 100대 그룹 중 지주회사 비율은 2015년 들어 81%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순환출자회사는 18%에서 8%로 줄었다. 롯데까지 전환하면 지주회사의 비중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9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현황과 대응방향’ 정책포럼에서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압박이 거센 만큼 지주회사 전환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정부 요구 때문에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순환출자를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기업들에 주어진 이득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김한석 상무는 “순환출자는 신규 사업 실패시 회사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나 지주사는 사업부문이 자회사별로 분리돼 있어 매각, 인수 등 구조조정에 수월하다”고 했다.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막아내는데도 용이하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시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해 경영권을 방어하기도 좋다”는 것이 김 상무의 말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실질적인 지주사로 거듭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을 16.54%까지 높였다. 9일 삼성물산 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을 포함한 특별관계자의 지분율은 40.26%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에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업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주주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지배구조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옳다”면서 “기업은 경영성과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