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현대자동차 홍보팀 이기훈 차장은 지난 8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의 경우 21대의 해외 차에서 1975개의 부품이 나왔고, 이를 190개 업체에 제공했다”며 “협력사들이 직접 경쟁업체의 제품을 연구해 더 나은 부품을 개발하면서, 우리 기업의 완성차 품질도 한층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기훈 차장은 가장 큰 성과를 낸 협력업체로 인지컨트롤스㈜를 꼽았다. 197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자동차 엔진부품과 스위치·센서류 등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현대기아차에 엔진 내 연료온도를 제어하는 장치인 서모스탯 등을 납품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06년부터 매년 현대기아차로부터 폭스바겐, 도요타, 벤츠, 아우디, 포드 등에 장착된 냉각기 제어부품을 제공받고 있다. 인지컨트롤스 연구개발팀 이상원 차장은 9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외국 자동차 부품회사들의 최신 기술이나 특허는 세미나 자료 등 문서로 밖에 접할 수 없어 실제 자동차에서 해당 제품이 어떤 식으로 구동되는지, 어떤 점이 우리 회사 부품과 다른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현대기아차 덕분에 경쟁업체들의 부품을 우리가 직접 시험해 보고 관련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게 돼 기술력 향상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컨트롤스 공장 내부 모습. 직원들이 자동차용 부품 조립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인지컨트롤스>

 
실제 현대기아차 연구 결과, 이 부품은 기존 외국산 제품보다 무게는 43% 가벼우면서도  연비는 0.6%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신형 아반떼 차량에 인지컨트롤스의 워머 내장형 밸브를 독점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고, 외국에서 수입해서 쓰던 제품을 국산화했다. 이기훈 차장은 “기존의 수입품을 국산으로 대체하면서 단가를 17% 가량 절감, 향후 3년 동안 364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인지컨트롤스 역시 현대기아차에 새 부품을 팔게 되면서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약 95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두 기업의 사례는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뽑은 동반성장협약 모범사례에도 선정됐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현대기아차의 사례는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된 협력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 이를 다시 대기업에 공급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기훈 차장은 “완성차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기술력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원 차장은 “협력업체들의 기술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현대기아차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연비나 내구성 등의 완성차 시험 데이터도 협력업체들과 공유해 줬으면 좋겠다”며 “자동차란 것이 결국 수만 개 부품의 결합체인데, 우리 회사 부품과 다른 기업의 제품이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면 더 좋은 부품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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