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아직 시행도 되지 않았는데 예외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농어민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취지는 물론 방향도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은 농축수산물을 부정청탁방지법의 예외로 두자는 주장을 펼쳤다. 국감에 앞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법 개정안도 이미 발의된 상태다. 선물 하나 맘 편히 못 보내는 분위기에 명절 특수가 실종하고 농축수산물들의 판매가 급감할 우려가 있으니, 법을 개정해 피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지난 3월 제정된 이 법의 시행은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다. 채 시행되기도 전에 법의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놀랍다.
이 논의는 일단 방향을 잘못 잡았다. 농어민들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부정청탁금지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이 법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 교원공무원과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것이다. 금품의 정의는 재산적 이익부터 접대·향응이나 숙박 등 편의제공, 이권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취지 자체가 대가를 바라지 말라는 것인데, ‘받아도 되는 대가’의 유형을 별도로 규정하는 순간 법에 큰 구멍이 생긴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고리를 끊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이 법이 모든 형태의 선물을 금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회 100만원, 매년 300만원까지는 자유롭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 농축수산물이 아니라 어떤 물품이라도 1회에 100만원까지 허용되는 현행법은 오히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고리를 끊기에 부족함이 있으면 있지, 법을 개정해 예외를 둬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간에 잘못 알려진 ‘1회당 5만원의 선물’이라는 논란 역시 오해의 소지가 크다. 법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에 대해서는 매년 300만원의 한도계산 시 합산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령을 정하기 위해 권익위 등이 최근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5~7만원의 금액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아직 대통령령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액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일 5만원으로 정해진다 하더라도, 5만원 이상의 선물을 한다고 즉시 처벌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처벌기준은 1회당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이며, 이 기준에서 예외로 둘 수 있는 금품의 수준을 정하는 것이 대통령령을 만드는 작업이다.
요약하면, 현행 부정청탁금지법을 강화한다면 모를까 완화할 근거는 희박해 보인다. 시행령상 허용되는 금품의 가액도 그리 높여 잡을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순수한 선물이라면 연간 300만원 범위 내에서 예전과 다를 바 없이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한 청탁을 목적으로 선물을 주고 받아온 사이라면, 법이 정한 한도 내의 선물이라도 쉽사리 주고받지 못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봐도, 법 개정은 과도한 주장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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