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영세사업장들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이하 중소기금제)’의 지원대상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지원대상을 축소해 꼭 필요한 기업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지원대상을 대폭 확대해 가능한 많은 기업들이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보험연구원 류건식 고령화연구실장과 이상우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퇴직연금 도입 10년에 대한 종합평가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실적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88.8%에 이른 반면 중소기업은 47.6%, 영세사업장은 14.6%에 불과했다.

이에따라 보고서는 국내 사업장 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소기금제의 지원대상 기준을 변경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건식 고령화연구실장은 지원범위를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축소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관련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금제는 30인 이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한다. 중소기금제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월소득 140만원 미만의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사업주 부담금의 10% 또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자산운용수수료의 50%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당초 정부는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2월과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국회의원이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근퇴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정애 의원은 법안 발의를 통해 중소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이직이 잦고, 사업장 도산 등의 위험도 존재하고 있어 퇴직금수급권이 보호받고 있지 않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기금제의 지원대상 범위를 현재 ‘상시근로자 30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장별·규모별 퇴직연금 추이

<자료=보험연구원>

한정애 의원과 보험연구원 보고서는 이처럼 퇴직연금 도입으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는 영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금제 시행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지원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보험연구원 류건식 고령화연구실장은 최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원대상 범위를 확대하게 되면 사적연금 활성화를 목적으로 도입된 중소기금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며 “특히 당초 취지가 자금이 부족한 영세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 만큼, 지원이 절실한 사업장에 한해서만 집중 지원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기준으로 정한 30인 이하 사업장도 영세사업장으로 구분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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