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비정상의 정상화’는 ‘경제민주화’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겪는 ‘비정상’ 관행들은 상당부분 경제민주화와 연관이 있고, 정부의 실천과제 역시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 실천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CEO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상적인 관행을 경험한 분야로는 ‘금융·보증’이 5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기업 납품’(26.5%), ‘공공기관 납품’(20.1%) 등이 뒤를 이었다. 대선 기간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 과제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비정상의 정상화’ 80대 과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10대 분야 핵심과제 48개와 단기 개선과제 32개 중 금융·보증 분야로는 ▲신용보증기금의 과도한 채권보전조치 관행 개선 ▲은행 꺾기 관행 개선 ▲공증분야 비합리적 관행 개선 등이 포함됐다. 대기업 납품 관련으로는 ▲본사-대리점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온라인 포털분야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전자상거래 분야 불공정 행태 시정 등이 들어갔고, 공공납품 관련으로는 ▲공공SW사업 전부 하도급 관행 개선 ▲창업초기 중소기업 공공조달 참여제한 관행 철폐가 제시됐다.  

이런 실천과제들은 대선기간, 또 대선이 끝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과제로 제시하던 내용들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경제민주화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경제민주화가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정부 역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비정상의 정상화’ 사이에는 단순한 단어의 차이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 역시 중소기업들의 목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이런 중소기업계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령·조례 등 관계법령 전면 재검토’(33.2%) ‘비정상 행위에 대한 처벌기준 마련 및 강화’(23.0%) ‘상설 신고센터 개설’(15.7%)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불공정거래에 대해 ‘관행 개선’을 하겠다고 하지만, 불공정거래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방안도 실천의지도 알 수 없다. 대리점 보호를 위한 특별법은 지난해부터 입법이 추진됐지만 1년 가까이 통과가 난망하다. 단가후려치기 등으로 피해가 발생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리는데는 보통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중소기업인들은 ‘비정상의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2.7%가 공감을 표했지만, 실효성을 거둘 것으로 본 응답은 52.3%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구제방안이나 구체적인 실천과제가 빠졌으니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가 ‘비정상의 정상화’로 탈바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정부가 지난 1년간 보여준 모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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