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부터 14일까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가 백화점 71곳, 대형마트 398곳, 편의점 2만5400곳 등 대형 유통업체 2만6000여곳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제품을 생산한 업체가 할인행사를 벌이는 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할인행사가 진행돼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지만, 여하튼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소비 활성화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이벤트성 할인행사만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고 그것이 내수진작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지난 5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평균소비성향은 72.3%로 지난해 보다 2.1%p 하락했다. 다시말해 가계에서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72만3000원만을 지출한 셈이다. 이는 관련 통계의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이처럼 가계의 소비지출이 늘지 않는데는 빚 갚느라 쓸 여력이 없는데다, 소득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가계부채 규모는 1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가계가 현재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정부가 내수를 살리기 위해 소비를 하라는 것은 소비여력이 없음에도 신용카드나 대출 등을 통해 미래소득을 끌어다 쓰도록 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이벤트성 정책에 앞서 가장 먼저 소비여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부터 제시돼야 한다. 예를들어 소득이 곧 소비로 이어지는 저소득층이 소비를 늘릴수 있도록 한다면 내수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이는 기업에도 이득이 돌아가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경기를 살려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각종 할인행사를 벌려 소비를 부추기기에 앞서 과거에 내수를 살리겠다고 카드발급을 남발한 ‘카드대란’부터 되돌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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