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 전기전자기업 지멘스. 2001년 당시 이 회사의 전체 매출액 중 가장 많은 31%를 차지했던 정보통신 관련 매출액이 지난해 3% 규모로 줄어들었다. 주력사업의 매출액이 급락했으니 경영상 큰 타격을 입지 않았을까 싶지만, 정작 전체 매출액은 2001년에 비해 24% 늘어났다. 영업이익률 역시 당시에는 -1%였으나 지난해에는 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멘스가 신규 유망사업에 빠르게 진출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 비해 에너지 분야 매출액이 2.8배 늘어났고, 도시인프라와 헬스케어 등 새로운 분야의 매출액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사실 지멘스는 20세기 초반 발전기·전동차·진공관TV 등으로 시장을 장악했으나 세계대전 이후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반도체·발전기·원전·정보통신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이같은 신규 유망사업 아이템 발굴은 경영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기업에게 필수가 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KISTI)이 최근 개최한 ‘2015 미래 유망기술 세미나’에서 KISTI 서진이 기술혁신분석센터장은 맥킨지 연구결과를 인용해 “2015년에는 기업 평균수명 15년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서 센터장에 따르면 1935년에는 기업 평균수명이 90년에 달했으나, 1955년에는 45년으로 줄어들었고 1995년에는 22년까지 감소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엑센츄어는 미국 S&P500 지수에 포함되는 기업의 평균수명이 1990년에는 50년이었으나, 2010년에는 15년으로 줄어들었고 2020년에는 10년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감소한 이유로는 제품의 수명주기 단축이 첫손에 꼽힌다. 기술혁신이 가속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사업 발굴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성공한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멘스와 같이 다양한 사업분야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 외에, 전문분야가 뚜렷한 중소기업들도 앞다퉈 유망 아이템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제조장비 전문기업인 스즈키 프레시온은 1990년대에는 반도체 제조장치 관련 매출이 전체의 70~80%에 달했다. 회사사업의 중심이 부품생산 중심의 하청업이어서 해외 생산이전이나 주문기업의 부진이 실적을 크게 좌우했다. 2006년 처음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했으나, 2008년까지는 의료기기 관련 매출이 8%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 2월에는 의료기기 매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게 된다. 서 센터장은 스즈키 프레시온이 “기존의 금속 정밀 절삭가공의 업무경험을 살려 의료기기 산업분야에 진출했고, 기존 사업과 함께 신규사업을 통해 기업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처지인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사례다. 그러나 글로벌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기업은 신규 유망사업 아이템을 스스로 발굴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KISTI는 이런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의 유망사업 발굴 프레임을 개발했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축적한 유망 아이템 298개를 선별해 2015년에 맞는 33개 아이템을 선정했다. 33개 아이템 중 ICT 제조·서비스 분야는 무인비행기(UAV), GIS프로그램 등 14개를 선정했다. 또 전기·기계·장비 부문은 EV용 충전시스템·자동차용 센서 등 7개를, 화학·소재는 중대형 2차전지 양극재 등 5개를, 바이오·의료는 3D스캐너 등 7개를 선정했다.

KISTI는 이와 함께 해외 벤처캐피탈의 투자정보를 누적투자액과 투자액 증가속도로 평가해 33개 유망 아이템을 4개 분류로 구분했다. 투자속도가 빠르게 증가하는 Boom 유형으로는 공공로봇, 수소저장용기, 3D스캐너 등이 꼽혔다. GIS프로그램과 자동차용 가스센서 등은 투자가 지속적이며 완만하게 증가해 Care 유형으로 나눴다. KISTI의 중소기업 유망 아이템 DB를 통해 유망 아이템 관련 문헌조사와 전문가 자문, 미래예측, 벤처캐피탈 투자정보 등도 제공받을 수 있다. 세계시장 규모와 국내시장 규모, 국내외 업체동향과 투자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