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진 세 개의 컨소시엄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일 마감된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통해서다. 카카오, KT, 인터파크를 중심으로 통신사,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굵직한 기업들이 주주 구성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컨소시엄에는 중국 최대 포털인 텐센트까지 가세했다.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은행이다.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기존 은행들과 동일하다. 예·적금, 대출, 신용카드, 보험, 자산관리를 아우른다. 기존은행에서도 대부분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계좌개설 등 중요 업무는 본인이 점포를 찾아야만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된 후에는 영상통화 등 대안 수단을 활용해 중요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가장 기대가 쏠리는 분야는 중금리 대출시장이다. 10% 미만의 1금융권의 대출과 30%를 넘어서는 고금리 사이가 비어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온 탓이다. 올해 초 만났던 핀테크 스타트업의 한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의 주력 사업은 예금이 아닌 대출이 될 것”이라며 “중금리 대출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KT컨소시엄과 인터파크컨소시엄은 중금리 대출시장 추진을 본격화한 상태다.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한 P2P 대출업체인 ‘8퍼센트’도 KT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다. KG이니시스 등 지급결제사들과 손을 잡고 있는 KT는 결제정보, 가맹점 매출 정보 등을 분석해 새로운 신용평정을 적용하고 중금리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인터파크는 컨소시엄 참여사들의 고객을 산술적으로 합하면 2억명이라며 이들의 정보를 분석해 중신용고객에 대한 금리를 10%이상 낮추겠다고 했다. 가맹점 수수료 없는 모바일직불결제서비스를 출시해 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겠다고도 했다. 

혁신도 좋지만 금융의 기본인 안정성에 대한 논의도 빠져선 안될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되면 피싱이나 해킹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기 피해액만 2000억원에 이른다. 아무리 혁신적인 서비스라도 금융소비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면 말짱 헛일이다. 굵직한 회사들이 모인 컨소시엄인 만큼 이들이 가진 개인정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가진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경우의 파장은 한 금융사에서 발생한 사고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클 터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혁신과 안정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