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7일 공정위에 신규순환출자 금지 규제 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서는 지난 1월29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간 신규순환출자 금지 규정 시행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에 관한 것이다. ▲신규순환출자 현황을 기업집단 현황 등에 관한 공시사항에 추가 ▲신규순환출자의 탈법행위 유형 및 기준 추가 ▲신규순환출자 금지 위반에 관한 과징금 부과기준 신설 등이 골자다.

 

경제개혁연대는 시행령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신규순환출자 금지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규제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특정금전신탁 또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주식 취득 등의 방법 외에도  이를 면탈하기 위한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

 

경제개혁연대에 의하면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 현대상선 → 현대증권 → 현대로지스틱스 → 현대엘리베이터’ 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상선 6개 해외계열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해 순환출자 고리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이들 해외계열사의 개별 보유지분은 각 1%를 넘지 않지만 6개 계열사 지분을 모두 더하면 2.9%로 경영권 유지에 ‘의미 있는’ 수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논란이 됐던 두산그룹의 해외계열사 경유 금산분리법 규제 회피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인 두산그룹은 금융계열사 보유가 허용되지 않는다. 두산캐피탈 지분을 30% 가까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을 해소해야 할 실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28일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해외법인 각 1곳에 각 400만주씩의 두산캐피탈 보통주를 현물출자방식으로 넘겼다. 이들 해외계열사는 양사가 각각 100%를 직간접으로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같은해 6월에는 두산캐피탈이 총 875만주의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들 해외법인은 이를 절반씩 인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해외법인이 두산캐피탈 지분을 각각 22.78%씩 보유하게 됐고, 두산 측은 지분관계를 해소하고 과징금 등의 제재조치를 피해갔다. 이 경우도 금산분리 ‘원칙’에는 위배되지만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공정거래법이 행위제한 규정을 ‘국내회사’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를 두고 “현행 공정거래법상 ‘국내계열사’ 규정과 동법 시행령에서 규제 면탈의 목적으로 해외계열사를 이용한 경우 구체적인 사항을 적시하지 않은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공정위의 제도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공정위의 신규순환출자 금지 관련 입법예고안도 두산 관련 사항에서 이미 확인된 해외계열사 경유라는 규제 사각지대를 방치한 채 형식적인 수준에서 제안된 것이라며 “공정위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순환출자 현황공시에 ‘해외계열사’까지 모두 포함하도록 공시지침을 마련할 것과 ▲해외계열사 등을 이용해 신규순환출자 금지 규정의 적용을 면탈하려는 경우에도 제재할 수 있도록 탈법행위의 유형과 기준 등을 합리적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