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이란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준칙을 말한다. 명칭을 불문하고 그 실질이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을 정한 준칙에 해당한다면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은 ①10인 이상 사업장의 취업규칙 작성의무(제93조) ②취업규칙 작성변경시 근로자 집단의 의견청취 및 동의(제94조 제1항) ③단체협약의 우선효력(제96조) ④사용자의 취업규칙 신고(제93조) 및 주지의무(제14조) ⑤취업규칙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의 효력(제97조) 등의 규제를 두고, 근로조건 등의 획일적 규율이라는 사용자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방적 작성에 따라 근로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배제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제94조 제1항 단서)를 받아야만 한다. 이는 취업규칙의 일반적인 작성과 변경에 의견청취 의무만 부여(제94조 제1항)한 것과 대조적이다. 취업규칙을 통해 자유롭게 근로조건을 설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근로조건의 저하에 있어서는 근로자측의 동의를 요함으로써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변경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당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은 무효가 된다. 이 경우, 그 변경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한 근로자에게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위 조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효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판례는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부터, 불이익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없더라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례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근로자측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 내용과 정도, 변경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를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근로자 대표와의 교섭경위 및 근로자의 대응, 동종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대판 2001.1.15, 99다70846) 다만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근기법의 규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대판 2010.1.28., 2009다32362)

노사정 합의문 내용 중

<자료=노사정위원회>

위 노사정 합의문 내용 중 가장 우려를 사고 있는 부분은 바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하고 이를 준수한다’라는 대목이다. 일전에 노동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거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합의’가 아닌 ‘협의’를 거치겠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정하려는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은 곧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바탕으로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도 불이익 변경이 가능한 경우를 명확히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임금체계 개편은 필연적으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문제를 수반하는데, 이로서 벌어질 시간적 지연이나 법률적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치고, 동종 산업의 상황과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회사가 근로자집단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식이다.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대해 양대 노총은 정부가 나서 근로기준법을 우회하는 꼼수를 알려주는 꼴이라며 “노사자치로 결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가입률이 10%대인 상황에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90%의 근로자들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반대입장을 명확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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