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100F(130.3x162cm), 장지에 분채, 2013

하나의 작품조차도 매일 달라지는 정서가 쌓여 만들어지므로 내 작업들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작품에 영향을 준 주제는 인간의 사회화라는 개념에 관한 것이다. 사회화라는 것은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거치는 당연한 절차이자 평생을 통해 체화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지만, 문득 또는 너무나 당연하게 겪고 난 뒤에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이 있다. 한 개의 가지라도 삐죽 나오기 무섭게 동그랗게 다듬어진 정원수가 된 것처럼 느껴질 때면 잘 관리된 정원에 존재하게 된 것에 기뻐해야 하는지 잘려나간 가지를 안타까워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다.

담, 80F(145.5 x 112cm), 장지에 분채, 2015

나의 작품들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되 나를 기존에 있던 틀에 구겨서라도 맞추고야 마는 듯한 씁쓸함과 그 틀 밖에서 존재할 수 있는 능력이나 방법은 없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자괴감이 섞여 이미지화된 것들이다. 그러니 비합리적이고 불안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시들어버린 꽃 덩어리, 가시를 쓰고도 평온한 얼굴 등 공존하기 어려운 이미지의 조합이 주는 불안함은, 시스템 안에서 비로소 편안하고 누구보다 적응에 빠른 모순된 나의 모습이 일으킨 저 깊은 곳에 흐르는 불편함의 투영인지도 모르겠다.(작가노트 중)[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