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퇴직금 중간정산’과 ‘자사주 취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해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자칫 대응이 늦을 경우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지도 모른다.<자료=비자트>

법인의 가지급금 해결방법과 관련된 기사가 유독 올해 눈에 많이 띈다. 가지급금 해결을 위한 기존의 두 가지 방법 모두가 내년부터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은 당장 내년부터 폐지되고, 세법이 개정되면 자사주 취득 방법 역시 세율이 현행보다 2배로 뛰게 된다.

먼저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의 경우, 올 1월 법인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내년 1월1일부터 전면 폐지된다.

임원 퇴직금을 중간정산하면 대표이사에게 현금흐름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가지급금을 처리할 수 있다. 퇴직금 중간정산 시 세금을 부담해야 하고, 이것이 가지급금 해결의 비용이 된다. 이 비용보다 가지급금을 방치할 경우 매년 내야 하는 인정이자(올해 6.9%)가 더 부담된다면 선택해볼 만한 방법이다. 물론 가지급금을 장기간 거액이 되도록 놔둔다면 대표이사에게 따라붙을 수 있는 횡령 등의 ‘리스크’를 해결하는 의미도 크다.

연봉제로 전환해도 퇴직금 중간정산할 수 없어

여기에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경우 해당 비용은 법인이 비용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퇴직금 중간정산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무주택자 주택 구입 ▲전세금 부담 ▲6개월 이상 요양 ▲천재지변 ▲파산선고 및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 ▲임금피크제로 임금 감소’라는 사유 이외에는 퇴직금을 마음대로 중간정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지급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인의 임원에게만 예외적으로 중간정산할 수 있는 사유를 이용하게 된다. 향후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법인들은 정관에 임원 보수 규정과 퇴직금 지급규정을 명시하거나, 정관에서 위임한 규정을 마련해둘 경우 세제상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 규정을 고쳐 급여를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임원에만 적용되는 사유’를 내년 1월1일부로 폐지한 데 있다. 내년부터는 임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는 조건으로 연봉제로 전환해도,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중간정산을 할 수 있는 올해 안에 가지급금을 해결하려고 서두르는 법인이 많은 이유다.

다음으로 법인의 자사주 취득의 경우, 아직 관련 세법이 개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세법개정안’에 관련 세율을 2배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법 ‘개정이 이뤄질지’와 그것이 ‘올해 안’일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상법개정에 따라 법인의 자사주 취득에 제한이 없어지면서 많은 법인들이 자사주 취득을 가지급금 해결방안으로 애용하기 시작했다.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법인이 사들이고 그 대가를 지급하면, 이를 다시 대주주가 법인에 갚아서 가지급금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2015년 세법개정안…중소기업 대주주 양도소득세율 2배 올려

이 과정에서 대주주는 매매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매매차익 규모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때는 가지급금을 해결하기 위해 대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한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즉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 세금이 바로 자사주 취득을 통해 가지급금을 해결할 때 비용이다.

현재 중소기업 대주주가 주식을 팔고 소득을 올렸을 경우 붙는 양도소득세율은 10%다. 중소기업이 아닌 법인의 대주주에게는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중소기업이 아닌 법인의 대주주가 1년 미만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경우에는 적용세율이 이보다 높은 30%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중소기업 대주주에 적용되던 양도소득세율을 현재보다 2배 높은 20%로 올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자사주 취득에 따른 세금부담이 2배로 커진다는 의미며, 이는 자사주 취득을 통한 가지급금의 해결비용이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주주의 주식처분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을 높이는 이유로 “자본소득 과세형평성 제고”를 들었다. 하지만 세무 관련 업계에서는 세법개정의 배경에 자사주 취득이 가지급금 문제해결로 이용돼 왔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돈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소득세율 인상은 2016년 1월1일 양도분부터다. 사실상 올해 말까지가 자사주 취득 방법을 현재처럼 이용할 수 있는 시한이 되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과 달리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 약간의 시간이 늘 수도 있고, 아예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이 사안이 여야의 관심을 끈다면 세율이 변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도 단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과 ‘자사주 취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해는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가지급금 해결 방법을 소개하는 기사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칫 대응이 늦을 경우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할지도 모른다. 매년 내는 인정이자의 2~3년치만으로 가지급금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수년치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것인가의 갈림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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