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29일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는 기간제 근로와 파견 근로의 사용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최장 2년까지만 사용하고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인원을 교체해야 했지만, 4년까지 무리없이 근로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4년이나 근무하며 숙련된 인력을 갑자기 교체하려면 사용자에게도 무리가 되므로, 결국 정규직 전환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면서 기간제 근로의 경우 2년간 근로계약 횟수를 3회로 제한해 소위 ‘쪼개기 계약’을 원천적으로 막고, 사용제한기간도 35세 이상의 근로자가 자의로 신청할 경우에만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보호 규정도 두었다.

그러나 이 안은 ‘장그래법’이라 불리며 극심한 후폭풍을 낳았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훨씬 악화시키는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법안의 내용대로라면, 파견근로자로 4년을 사용한 후 기간제 근로자로 4년을 더 사용하면 최장 8년까지 비정규직 근로자로 사용이 가능해진다. 35세 이상의 근로자가 자원할때만 제한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용자가 요구할 경우 근로자가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이렇다할 추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란만 남긴 채 지지부진하게 흘러왔다.

노사정 합의문 내용 중

<자료=노사정위원회>

그로부터 아홉 달여가 지나 이루어진 이번 노사정 대타협안에서도 관련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있었던 쟁점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질적 보호방안 마련에 있어서는 ‘가급적’ 혹은 ‘노력한다’와 같은 어휘가 반복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책임회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의 보호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노동계는 “기존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그대로 정기국회에 상정하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신뢰조차 무너진 지금의 노사정 구도하에서 이런 식으로는 해결이 난망한 것이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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