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아트마케팅은 예술과 브랜드의 단순한 협업 수준을 넘어 소비자의 새로운 삶의 형식을 창출하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나아간다. 아트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국내외 금융기업들의 사례를 알아본다. 세계의 금융기관들이 미술품 투자에 쏟는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하나금융그룹=국내 금융권에서 아트마케팅에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하나금융그룹이다.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을 이용해 “앤디 워홀처럼 다른 생각, 금융계에선 누가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기업 광고는 하나금융그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설립 초기 ‘길을 걷다 만나는 미술관’이라는 아트캠페인을 벌이며 은행의 이미지를 미술관으로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보유한 미술품은 4000여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도이치뱅크 아트컬렉션

◇도이치뱅크=1870년에 설립된 도이치뱅크는 독일에서 가장 큰 은행이다. 독일에서만 1200개가 넘는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업이다. 1970년말 근대미술품으로부터 시작된 수집은 현재 약 6만여점에 달하며 모범적인 기업컬렉션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소장품은 근대는 물론 현대미술의 거장부터 현재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신인작가까지 다양하다. 수만 명에 이르는 작가들 중 한국작가의 이름도 눈에 띈다. 도이치뱅크 내에는 그림 구매를 전담하는 예술고문이 12명이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장품들은 전 세계의 도이치뱅크 911개 지점에 전시돼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의 보고를 객장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히스콕스=로버트 히스콕스는 영국의 최대 보험사인 히스콕사의 대표로 세계적인 아트컬렉터다. 지난 40년간 세계의 우수한 현대미술작품들을 착실히 수집해 사무실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또 매년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으로 그림을 선물하기도 한다.

그는 “예술은 히스콕스의 중요한 부분이다. 예술과 밀접한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늘 가슴이 뛰고 흥분된다”며 자신의 미술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직원들 또한 세계적인 미술품이 걸려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히스콕스가 직영하는 아트카페 등에서는 직원들의 참여로 전시회 등이 열린다. 담당 큐레이터인 Whitney Hintz는 직원들이 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도록 9층짜리 건물 전 층에 전시된 그림을 3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

히스콕스사는 예술을 업무환경에 결합시킴으로써 직원들의 만족도는 물론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고 있다.

히스콕스 아트카페

◇UBS=UBS는 바젤과 취리히에 본사를 둔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기업이다.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6만4000명이 일하고 있고 시가총액으로 볼 때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다. 세계적인 규모보다 UBS란 이름에 품격을 더한 것은 바로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바젤의 후원사 역할이다.

UBS의 미술작품 수집은 기업의 주요한 업무 일부분이다. 포트폴리오를 보면 애니시 카푸어, 토마스 루프,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로 즐비하다. 지난 50년간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했다. 수집한 작품들은 무려 3만5000점에 달하고 UBS의 사무실에 전시돼 직원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JP모건=JP모건 체이스 앤 컴퍼니(J.P. Morgan Chase & Co. NYSE:JPM)는 존 피어폰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세운 회사로 미국 뉴욕 시에 본사를 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융기업 중 하나다.

이 기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런던의 테이트갤러리, 워싱턴의 국립미술관 등에서 열린 윌리엄 드쿠닝(미국 추상표현주의의 대가)의 대규모 순회전을 단독 협찬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유명작가들의 미술작품을 매입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집의 규모나 역사를 보면 예술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안목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기업에서 미술품에 투자를 하면 예술적인 환경이 조성돼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가치가 있는 작품의 경우 시세차익을 통해 수십배의 투자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거기다 덤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까지 더해진다면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가져볼만한 일이다.[김현성 (주)예술만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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