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고의 성곽기술이 녹아 있는 수원 화성. 수원 화성은 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조선시대 실학 정신과 정조의 꿈이 담긴 수원 화성의 사연 많은 이야기가 귀를 당긴다. 지금부터 230여년 전의 역사를 주목하시라.

화성 야경<사진=상상출판>

수원 화성은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역사성과 과학성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까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수원 화성은 1997년 12월6일 창덕궁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화성은 동서양을 망라해 고도로 발달된 과학 특징을 고루 갖춘 근대 초기 군대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다”라고 평가했으며, 유네스코의 심사위원으로 화성을 방문한 실바 교수는 “화성의 역사는 불과 200년 밖에 안됐지만 성곽의 건축물이 동일한 것이 없이 각기 다른 예술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유네스코의 평가를 정리해보면 과학 기술과 새로운 개척 정신이 만나 탄생한 위대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팔달문<사진=상상출판>

수원 화성에는 조선시대 제22대 왕인 정조의 꿈이 담겨 있다. 1789년 여름, 정조는 안타깝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기 위해 무덤을 최고의 명당자리로 옮기기로 한다. 그곳은 풍수지리상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히는 당시 수원부 고을이었다. 지금의 융릉자리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능이 조성되면 그 주변으로 10리 안에는 사람들이 거주하지 못하게 했다. 당연히 수원부 백성들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옮겨간 곳이 바로 지금의 수원 화성 지역이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효심에서 발로된 곳으로, 미리 계획 하에 조성된 조선시대 최초의 신도시인 셈이다.

하지만 정조가 이곳 신도시를 조성한 것은 단순히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에서 우러난 것만은 아니다. 정조는 백성들이 옮겨 갈 새로운 지역을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꿈을 펼칠 곳으로 생각한 것이다. 세자인 순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이곳으로 내려와 살면서 아들을 도와 조선을 강한 나라로 키우고자 한 꿈이었다. 이런 꿈을 갖고 정조는 아버지의 능을 조성하고 다음해에 수원 화성 축성을 본격 계획한다.

공복루 단풍<사진=상상출판>

1790년 정조는 수원에 성을 쌓아 비상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유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약용에게 수원에 쌓을 성을 설계하라고 지시한다. 이에 정약용은 여덟 가지의 축성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화성 축성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화성 축성을 시작해 2년9개월 만에 수원 화성을 완성한다. 이 공사는 원래 10년으로 예상했지만 선진 공사기법 등을 동원해 공사기간을 무려 2년9개월로 단축시킨 것이다.

성을 쌓을 때에는 안과 밖을 두 겹으로 쌓지 말고, 안쪽 성은 산세를 그대로 이용하며, 평지에는 흙을 높여 돌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비롯해 돌은 산에서 다듬어 크기를 맞추고, 수레를 만들어 돌을 운반해야 한다고 했다. 수레가 다니기 편하게 길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바로 설계를 맡은 정약용의 주장이 그대로 실행됐다.

성곽길<사진=상상출판>

수원 화성을 돌아볼 때 느낄 수 있는 또 하나는 백성을 사랑한 정조의 마음이다. 정조는 수원 화성을 축성할 때 수원 지역의 많은 백성을 동원했다. 수원 화성 축성은 하나의 성곽을 짓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나라의 수도 주위를 지키는 하나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작업이었다.

역대 왕들이 궁궐이나 성을 지으면서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여 민심을 잃었지만 정조는 민심을 잃기는커녕 수원의 상공업을 활성화시켰다. 성 축성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왕실의 재산으로 조달했고, 백성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주었으며, 제값의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오히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수원 화성이 완성되자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생각하며 묘소가 있는 수원으로 자주 행차를 했다. 정조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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