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에 박힌 가시’는 그대로였다. 되레 더 깊게 박히고 있다. 현 정부들어 중소기업 중시 정책이 표방됐음에도 불구하고,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금융기관과의 거래 관계에서 중소기업은 ‘을’임이 확인됐고 이런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초 발표한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외부자금 차입은 은행자금이 83.3%로 나타나 은행에 대한 의존율이 월등히 높았다. 금융기관 자금 차입시 대출조건으로는 부동산담보가 35.6%로 가장 많았다. 자본시장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부진해 은행대출에 의존하고 있고, 그 마저도 담보없이는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자비용 부담이 과중해도 돈 빌린 곳이 마땅치 않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아쉬운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

또 올 초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발표한 ‘중소기업 리포트’에서도 은행대출 의존도는 절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내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요 자금조달 1, 2순위는 은행자금이었으며 83.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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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의존도는 높지만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복수 응답한 1, 2순위를 기준으로 보면 높은 대출금리(46.2%), 까다로운 대출심사(43.2%), 과도한 담보요구(40.2%) 순으로 꼽혔다. 이 역시 자금조달 창구가 은행에 절대적인 가운데 담보능력이 없을 경우 자금융통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은행, 담보대출 비율 늘고 중기 대출 등한시

그래서 중소기업들은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손톱 밑에 박힌 가시’로 담보위주 대출 관행을 꼽았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약속도 있었지만 사정은 나아진 게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민주당)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율은 꾸준히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18곳의 담보대출 비중은 2008년 50.0%, 2009년 51.4%, 2010년 52.7%, 2011년 53.6%, 지난해 55.9%였다. 개선요구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담보대출 비율은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2012년말 기준 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남은행 66.9%, 대구은행 66.8%, 신한은행 66.2% 등의 순이었다.

국민은행은 2008년 대비 담보대출 비율 증가폭도 18.0%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평균 증가폭이 5.9%포인트임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다. 이어 수협은행 12.7%포인트, 신한은행 12.5%포인트, 광주은행 10.8%포인트, 농협은행 10.4%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심지어 은행들은 중소기업 자체에 대한 자금지원을 등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송광호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은행 중소기업 대출 현황’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은 2009년 46.3%에서 매년 줄어들어 올 상반기 42.1%로 5년 전에 비해 4.2%포인트나 감소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방침이 헛구호에 그친 셈이다. 특히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비율이 36%에 불과했다.

결국 은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은 ‘을’, 아쉬울 게 없는 은행은 ‘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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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차별도 여전했다. 특히 국내 일부 은행의 경우 외국계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하고 있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올 10월 기준으로 공시한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 동안 일부 국내 은행의 경우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담보없이 취급된 신용대출의 경우 국민은행의 평균금리는 8.18%로 가장 높았으며 우리은행 역시 6.15%로 6%를 훌쩍 넘어섰다. 반면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5.01%, 5.06%로 가장 낮았다. 또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과 한국SC은행은 5.21%, 5.34%로 다른 국내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지역보증재단, 무역보험공사 등 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대출에서도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4.72%, 4.74%로 외국계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반면 신한과 하나은행은 4.38%, 4.36%로 이들 외국계 은행보다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가 낮았다.  

                                       

보증서 이외에 부동산, 유가증권, 동산 등을 담보로 해 취급한 물적담보대출은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외국계 은행보다 금리가 높았다.

이처럼 대출 고금리로 자금조달 자체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고, 설혹 대출이 성사돼도 과도하게 지출되는 이자비용으로 중소기업은 경영상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게 여전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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