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비기업’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육체는 살아 움직이지만 영혼은 죽어있는 괴물 ‘좀비’에서 따온 이 신조어는 사업 경쟁력이 없어 정부나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과 보증으로 겨우 연명해 가는 기업을 일컫는다. 경제학 용어로는 이를 ‘한계기업’이라고 규정하는데, 사실상 독자생존능력이 ‘제로’인 기업을 지칭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한계기업을 조사한 결과 무려 3295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9년(2698개)보다 600개 가량 늘어난 것이다. 재벌 대기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좀비기업으로 지목된 계열사가 포함된 재벌이 30대 그룹 중 14곳에 달했다. 심지어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다시피하는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190개 공공기관 중 40개가 이자를 갚기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경제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좀비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당국도 올해 안에 좀비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 1934곳을 대상으로 세부평가를 진행한 결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175곳을 선정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다시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성장률 정체와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연쇄 부도가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게 사실이다. 이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IMF) 사태를 뼈아프게 겪은 뒤 얻은 교훈이었다. 또 부실한 좀비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대출·보증 등으로 연명해 간다는 것도 기업 생태계를 해치는 것은 물론 국가경제적으로도 손실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이 진단과 처방이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구조조정’이라는 말 앞에 ‘정부’가 주어로 다시 등장하는데 다소 조심스럽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라는 게 사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또 자칫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좀비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이직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이나 제도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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