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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합의로 특별연장근로 도입’ 비현실적 ‘타협했다며 문제가 뭐야’…노사정위 합의 쟁점 ④근로시간 단축

기사입력2015-11-13 00:00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사정 합의 주요 쟁점 분석

현재 가장 뜨거운 쟁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역시 노동개혁이 꼽힐 것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월13일 이뤄진 합의를 기초로 9월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그간 평행선만 달렸던 쟁점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라는데 의의가 있다. 합의문은 고용·노동과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금번 합의문을 기초로 ①해고 ②취업규칙 변경 ③비정규직 ④근로시간 단축 ⑤통상임금 범위 확정이라는 주요 쟁점사항들을 살펴본다.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노동운동의 역사를 단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임금의 인상’과 ‘근로시간의 단축’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근로시간이 긴 나라에 속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의 1인 평균 노동시간은 2124시간이며, OECD 34개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한다.

지난 대선에서 한 정치인이 “저녁이 있는 삶”을 캐치프레이즈로 가지고 나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로시간 단축은 비단 해당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 뿐만 아니라, 추가고용 확대와 여가 선용으로 인한 내수시장의 활성화 등 여러 반사적 기대효과도 포함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간의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경우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사용자는 연장근로(제53조·제59조 및 제69조 단서에 따라 연장된 시간의 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여기서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의 ‘1주’라는 표현이 주말을 제외한 평일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7일 모두를 의미하는 것인지 문제가 됐다.

만약 ‘1주’에 주말이 포함된다고 해석한다면 가능한 근로시간은 1주에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해 총 52시간이 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1주’를 평일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따라서 행정해석에 따르면 휴일에 제공할 수 있는 총 16시간의 근로를 포함해 총 68시간까지 가능해진다.

현행 근로시간의 체계

<자료=노무법인 ‘원’ 김우탁 대표노무사>

그러나 현장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우선 개별기업의 특유한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측의 입장과, 연장근로수당으로 총 보상을 늘리려는 노측의 입장이 있다. 상술한 행정해석 역시 큰 영향을 끼쳤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이렇게 느슨히 대응해왔던 근로시간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엿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이번 노사정 합의문의 핵심은 ▲입법을 통해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것과 ▲특별연장근로제도의 도입이다. 전자의 경우,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현행 행정해석이 일반적인 법문해석의 범위를 벗어나 현저히 부당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행정해석을 정당한 것으로 전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현행 행정해석이 부당한 것이라고 인정할 경우, 이를 개정하면 간단하게 끝날 문제이지 단계적으로 기간을 두어 시행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신설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주문량 증가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 노사의 서면합의를 전제로 1주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한다는 것이지만, 노조 조직률이 10% 안팎에 머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노사 합의’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없던 제도를 새로이 신설하는만큼 어떤 방향이든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어떠한 양상으로 도입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사정 합의문 내용 중

2.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 정비

2-1. 장기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하여 2020년까지 전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실근로시간이 1800시간대로 단축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한다.

-노사정은 근로시간 현안문제에 관한 입법이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문화 개선 및 생산성 향상 운동을 전사회적으로 전개한다.

2-2.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1주일은 7일로 하여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한다.

2-3. 단계적 적용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은 법 개정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작하여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하여 1년씩 4단계에 걸쳐 시행한다.(1단계:1000인 이상, 2단계:300~999인, 3단계:100~299인, 4단계:5~99인)

2-4. 특별연장근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시점부터 특별연장근로(52+a)를 허용하되, 남용방지를 위하여 사유(주문량 증가 등), 절차(노사대표 서면합의), 상한(1주 8시간)을 설정한다. 그리고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이 모두 완료되는 시점부터 일몰을 전제로 4년간 허용한 후, 특별연장근로제도의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