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이미 계층이 정해진다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최근 SNS에서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사진은 일반 가정의 숟가락

구체적으로 금·은·동수저 그리고 흙수저 등 ‘수저 계급론’이 등장했다. 금수저는 2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고 연소득이 2억원 이상의 계급이라면, 자산과 연소득이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 이하일 경우 흙수저로 분류된다. 여기에 더해 금수저보다 더 누리고 사는 계급으로 플래티늄·다이아몬드 수저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수저 계급론이 실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낙성대경제연구소)는 17일 ‘한국에서의 부와 상속, 1970-2013’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를 밝혀냈다.

 
김 교수가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한 토마 피케티 교수의 연구방법론을 차용해 분석한 결과, 상속·증여가 자산 형성에 기여한 비중이 1980년대 연평균 27.0%에서 2000년대 42.0%까지 치솟았다.

즉 자산이 100만원이라 하면 1980년대에는 27만원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자산이고 나머지 73만원은 저축 등으로 모은 것이었다. 하지만 20년만에 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42만원으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번 소득보다 ‘상속받은 자산’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상속세 자료(2010년)

단위:명, 10억원/과세자는 4547명이며, 전체 피상속인의 1.4%에 불과했다. 과세미달자의 대부분은 자산이 1억원을 넘지 못했다.<자료=낙성대경제연구소>

부의 축적 중 상속이 기여한 비중

<자료=낙성대경제연구소>

전체 자산에서 상속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56.5%), 프랑스(47.0%), 스웨덴(47.0%), 독일(42.5%) 등 서구에 비해 한국이 다소 낮지만 상속 자산의 기여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 고도성장기 시절에는 저축률이 30%대에 이를 정도로 스스로 딛고 일어날 수 있는 토대가 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저 계급론을 젊은 세대들의 풍자나 객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의 고통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이런 ‘수저 계급’ 구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일테다. 그 어느 때보다 젊은 세대가 느끼는 상실감과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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