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0대 기업 가운데 117곳이 부채비율 200%, 영업손실, 당기손실 등 3대 악재를 맞아 ‘위험 경고등’이 커졌다. 또 지난 1997년 외환위기(IMF) 직전이었던 1996년 상황보다 영업손실·당기손실을 낸 기업들이 더 늘어나 기업들의 생존능력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기업분석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2000대 기업 위험기업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곳 중 1곳(494개사)은 지난해 영업손실을 냈다. 또 30.8%(616개사)는 영업이익은 거뒀지만 당기손실을 입었다.

◇117곳, 3대 악재 ‘심각한 수준’=특히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영업손실과 당기손실 등 3가지 악재를 겪은 기업이 모두 117곳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함된 기업은 대기업 18곳, 중견기업 15곳, 중소기업 84곳 등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22곳, 전자 17곳, 기계 11곳, 무역·유통업 및 철강 각 7곳, 화학 6곳, 자동차 4곳 등이다.

 
이들 기업의 영업적자 규모는 3조4839억원이었으며, 당기손실액만도 8조3053억원에 이른다. 이들의 총 부채규모는 무려 53조3944억원이었으며, 평균 부채비율이 508%인 것으로 분석됐다. 부채의 71.7%(38조원)는 대기업이 차지했다.

 
또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 기업도 295곳(14.5%)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먹는 수준인 300%대 기업은 56곳으로 파악됐다. 기업이 존립하기 위태로운 부채비율 400%를 넘는 ‘고위험’ 기업도 93곳이나 됐다. 아예 자본잠식된 기업도 38곳으로 확인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와 유사=국내 상장사의 부채비율 흐름을 살펴보면 IMF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직전인 1996년 때는 359.1%였지만, 지난해는 173.3%로 수치상으로는 크게 떨어졌다. 우리나라에 제2의 외환위기가 찾아올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지난 2012년 부채비율 145.0%를 기록한 이후로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상장사 부채비율은 176.2%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176.9%와 거의 비슷하다. 그만큼 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국내 경제에 더 큰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위험요소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며 “매각·합병 등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그러나 “구조조정을 해야 할 곳은 숫자면에서 중소기업이 많지만 부채규모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대기업이 훨씬 더 크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기사 ㅣ 한계기업 구조조정 “中企 옥석가리기 관건”
• 관련기사 ㅣ ‘좀비기업’을 바라보는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