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량 전남 담양지역에서 환경업체를 경영해 온 박정하씨(65)는 자신의 회사를 아들(차남·31)에게 물려주고자 3년 전부터 임원으로 근무시키고 있다. 박씨는 “회사를 대물림한다는 것에 대해 자칫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빠듯한 환경에서 근근이 가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는 기업이 연간 6만984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비자트>

◇매물 쏟아지지만 ‘딜’도 안돼=IBK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문제’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중 후계자 부재로 인한 폐업이 연간 6만9849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를 일자리로 환산할 경우 대략 3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M&A 성사 가능성은 낮아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도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M&A 매물이 연간 3000~5000건 가량 쏟아지지만 실제 성사율은 3~4%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M&A가 성사되더라도 대부분(81.5%) 현금인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상반기 중에 성사된 50억~1000억원 규모의 M&A 건수는 모두 67건(2조4077억원)으로 보고됐다.

 
이처럼 성사율이 극히 미미한 것은 M&A 특성상 준비단계부터 실행단계까지 대부분 비밀리에 추진해야 하며, 매수자 후보 탐색에만 수개월에서부터 수년이 걸리는 등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표의 고령화도 심각=중소기업 대표 중 58.5%는 친족 승계를 원하지만 37.9%는 마땅한 후계자가 없어 ‘미정’이거나 ‘제3자’ 또는 M&A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 대표의 기업승계 의향을 묻는 질문에 57.0%가 ‘자녀’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전문인(7.2%), 임직원(3.0%), 친족(1.5%) 등이었으며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26.6%)도 다소 높게 나왔다.

해외 장수기업 현황

<자료=한국은행>

국내 60년 이상 법인기업의 업종별 분포

한국의 경우 근대적 기업 역사가 짧아 100년 이상된 장수기업은 두산(1896), 동화약품(1897), 신한은행(1897), 우리은행(1899), 몽고식품(1905), 보진재(1912) 등 7개사에 불과하다. <자료=한국은행>

이렇듯 후계자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대표 연령이 점점 높아가는 등 고령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60세 이상 대표의 비중이 지난 1993년 11.2%, 2003년 14.6%, 2013년 15.9% 등으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친족승계 비율이 65.3%(1992년)→62.0%(2002년)→48.2%(2012년)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기업이 2만2000여개이고, 200년 이상된 장수기업도 30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IBK경제연구소 전준모 차장은 “선진국의 장수기업은 높은 성과를 내는 ‘가족기업’이 많은데 이는 1세 창업주가 경영상의 노하우를 2세에게 전수, 꾸준한 고용유지와 지속적인 수익창출을 하는 동력이 된다”며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게 되면 중소기업의 기술 노하우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 차장은 이어 “금융권이 중소기업의 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중소기업의 M&A 관련 자문서비스 및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있듯이 ▲기업승계지원펀드 ▲M&A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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