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은 개인이나 기업이 상품 아이디어, 모금 목표액, 개발 완료시점 등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이 프로젝트의 지지자들이 후원자로 나서는 시스템이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소수가 거액을 투자하는 형태였다면, 크라우드 펀딩에서는 다수가 온라인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 벤처·중소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무턱대고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 들었다간 오히려 큰 코 다칠 수 있다.

와디즈 최동철 이사

한국의 ‘킥스타터’(미국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라 불리는 크라우드 펀딩기업 (주)마크마운트 ‘와디즈’의 최동철 이사는 이와 관련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를 받는 방법 중 하나다. 오프라인에서 투자를 받기위해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전략적인 미팅을 진행하듯 온라인에서도 그만큼의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과학적이고 철저한 준비가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은 그 어떤 투자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투자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특히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회사가 ‘얼마나 홍보를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일반 온라인마켓에서는 판매할 물건을 올려놓으면 끝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플랫폼은 그러한 홍보를 도와주는 장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력 여부에 따라 주인공이 되느냐 마느냐가 정해집니다”

현재 온라인 유통마켓은 트래픽 기준으로 맨 앞에 노출이 될수록 판매로 이어지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바이럴이 기준이기 때문에 펀드레이저(펀드모금가)의 능동적인 노력이 없으면 대중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와디즈는 바이럴과 댓글 수 등을 기준으로 프로젝트 성공률이 높은 업체의 경우 와디즈 홈페이지 ‘메인카드’나 ‘인기 프로젝트’에 노출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명확한 스토리’ ‘단계별 차별화된 전략’ 중요

와디즈 홈페이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팔때 말로 설득을 하면 되지만, 온라인에서는 웹페이지에서 보이는 글들이 유일한 소통창구라 할 수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처음 시작할 때 그 물건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어하지만, 실제 투자자들은 정보만 담긴 긴 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때문에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일목요연하게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와함께 단계별로 전략을 다르게 세우는 것이다. 와디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크라우드 산업연구소에 따르면 프로젝트 오픈 일주일 전, 오픈 일주일 후, 오픈 중, 끝나기 일주일 전 등 단계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오픈 일주일 전에는 기획스토리를 작성해야 하고 홍보를 준비해야 한다. 최 이사는 홍보의 경우 프로젝트가 오픈되는 당일에 누구에게 알릴 것을 고민하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나와의 연결고리가 강한지 약한지에 따라 커뮤니티를 나누고, 그 커뮤니티에 따라 각기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한가지 전략입니다. 나와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은 투자율과 투자금액이 낮아도 상품을 구매하거나 웹페이지를 읽어보는 등 잠재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대중들은 투자율과 금액에 따라 관심을 보였다가도 철회하지만, 펀드 진행업체나 아는 사람들은 이에 상관없이 물건을 사기도 하고 추천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이는 펀드를 진행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킹을 통해 연결고리가 있다면 객관적인 정보 없이도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다. 이러한 연결고리들을 바탕으로 일정한 선을 넘어야 그때부터 대중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자료=와디즈 홈페이지>

이와함께 꼭 필요한 경우에는 출시할 제품에 미리 특허권과 지식재산권을 등록할 것도 당부했다. 최근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와 중국의 ‘카피캣’(잘 나가는 제품을 모방한 제품) 문제가 심각한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걸어놓으면 향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리니어블과 영철버거…크라우드 펀딩의 새로운 가능성

최 이사는 와디즈를 통해 진행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리니어블’과 ‘영철버거’를 꼽았다. 이 두 프로젝트 모두 한국 크라우드 펀딩의 패러다임을 바꾼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리니어블은 미아방지용 스마트 밴드다. 스마트폰과 밴드가 연계돼서 아이가 스마트밴드를 하고 있으면 부모는 아이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는 바로 신고할 수도 있다. 커피 한잔에 해당하는 5000원의 적은 금액이지만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는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펀딩을 진행했으며 목표금액이었던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목표치 167%에 해당하는 3300여만원으로 성공리에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리니어블을 만든 업체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제품을 홍보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제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 타깃층을 파악할 수 있었다. 리니어블은 투자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후속 투자까지 유치했다.

과거 다수의 벤처캐피탈에서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며 혹평을 했지만 현재는 리패키지를 하는 생산업체까지 연결이 됐고,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최 이사는 크라우드 펀딩이 기업 자금조달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힘들었던 기업이 ‘스타기업’으로 탈바꿈한 사례라 전했다.

<자료=와디즈 홈페이지>

영철버거의 경우 한때 고려대의 명물로 불린 곳이다. 매년 2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고급화 전략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대표의 건강문제로 문을 닫게 된다.

고대생들은 영철버거를 되살리는 ‘비긴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금액은 2000만원이었지만 3배를 뛰어넘는 6800만원을 모금하면서 임대재계약을 체결하는 등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 이사는 “크라우드 펀딩이 단지 개인과 기업을 위한 투자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를 풀어가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와디(wadi)’처럼 금융시장에 새로운 물꼬 틀수 있길

와디즈는 이런 경험과 능력을 인정받아 최근 NH투자증권, IBK기업은행과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될 크라우드 펀딩법과 관련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사전 준비로 보인다.

와디즈는 기존의 투자자들도 크라우드 펀딩을 체험토록 하고, 새로운 투자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와디(wadi)는 사막과 같은 건조지역에서 비가 오면 나타나는 건천이다.

“와디가 있으면 물이 모여서 강을 만들 수 있듯이, 스타트업들이 자금조달을 하기 힘든 기존의 척박한 자본시장에서 와디즈가 와디와 같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더 필요한 사람, 더 활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좋은 기업이 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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