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비 우리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11년만에 처음으로 후퇴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둔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 7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제조업의 기술수준 및 개발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이 평가한 제조업의 상대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80.8%로 지난 2011년 조사 81.9%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2004년 조사(80.0%) 이후 11년만에 가장 낮다.

 
‘세계 최고 대비 기술수준’은 지난 2007년과 2011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각각 81.3%와 81.9%로 연속 상승하다 11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최근의 경기 부진과 제조업 생산성 부진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 평가

<자료=산업연구원>

이런 가운데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중국보다 3.3년 앞선 수준이지만 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한·중 제조업체간 기술 격차는 2004년 4년에서 2007년 3.8년, 2011년 3.7년으로 단축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3.3년으로 좁혀졌다.

 
업종별로 보면 경공업이 4.0년에서 2.9년으로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중화학공업은 3.8년에서 3.5년으로, 정보통신산업은 2.9년에서 2.6년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게다가 대기업이 4.0년에서 3.5년으로, 중소기업이 3.7년에서 3.3년으로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고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개발 수행 비율

<자료=산업연구원>

특히 이번 조사에서 국내 대·중소기업간 기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이 83.9%에서 85.2%로 이전 조사보다 1.3%포인트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81.5%에서 80.2%로 1.3%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연구개발(R&D) 분야로 이어졌다. R&D를 수행하는 기업 비율은 대기업이 93.9%에서 86.9%로 7.0%포인트 떨어진 반면, 중소기업은 79.3%에서 67.1%로 12.2%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업들의 관련 투자와 인력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R&D 수행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총매출액 대비 약 4.7%, 연구개발 인력은 총인력의 약 8.8%로 지난 조사 결과 각각 4.2%, 8.1%보다 소폭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기업은 관련 투자와 인력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경기 부진과 생산성 둔화로 R&D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산업연구원 민성환 연구위원은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고 국내 경기도 좋지 않다보니 R&D 투자에서도 대·중소업체간 양극화가 진행 중”이라며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어 기술개발의 저변 확대와 관련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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