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위치한 중견기업이 위상 정립이 안 돼 있어 되레 소외를 당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중견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야당이 적극 협조해 준 결과 ‘중견기업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정책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중소기업의 이분법적 인식에 고착된 법·제도의 시급한 개선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 (주)유진테크 부사장은 “중국의 파상적인 공세에 대응하려면 연구개발(R&D) 확대가 필수적인데도 25%에 달하는 중소기업의 R&D 세액공제에 비해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공제율이 8%에 그치는 등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동일범 (주)삼구아이앤씨 대표이사는 “건물 관리 분야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의 공공부문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며 “공공부문 입찰 제한으로 인해 시장이 크게 줄어들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료=중견기업연합회>

실제 원자력발전소 부품을 국산화해 양산하는 한 중견업체는 종전까지는 수의계약을 맺었으나 중견기업이라는 이유로 국제경쟁입찰에 응해야 했다. 또 대기업의 편법증여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도가 중견기업까지 포함됐으며,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경우도 중소기업은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 각종 차등과세가 96개로 지원이 축소되거나 제외돼 있는 실정이다. 중견기업으로선 이같은 조세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최근 3년간 217개사가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바 있다.

이에 최재천 새정연 정책위의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경제를 탄탄하게 지탱하고 있는 중견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년 총선과 이후 정책수립 과정에 합리적인 중견기업 정책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순옥 새정연 의원은 “중소·중견·대기업 등이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나름의 역할을 구분해 수행할 수 있다면 우리 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련은 “이번 간담회는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정치권의 보다 큰 관심을 요청하는 첫 걸음”이라며 “중견기업 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여야의 협조가 무엇보다 긴요한 만큼 중견기업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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