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전만 해도 서울 주택가와 도심에 빼곡하게 들어선 그 흔한 구멍가게, 문방구, 다방, 당구장, 서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또 10여년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났던 PC방 역시 요즘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신 동네 어귀에는 프랜차이즈형 빵집이나 피자집, 치킨가게가 즐비하고, 상권 중심가에 들어서면 편의점과 커피전문점들이 참 많다. 상권이 밀집한 서울 강남의 양재역에서 논현역까지 3km에 불과한 강남대로변에 수십개의 커피숍과 유명 커피매장이 양쪽에 늘어서 말 그대로 ‘커피전쟁’을 치르고 있다.

커피매장이 이렇게 난립해 있다 보니 매출이 기대만큼 나올리 만무하다. 은퇴자가 몰린 또 하나의 레드오션 편의점 역시 과거의 구멍가게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전국 사업자등록 통계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 등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사업자 수는 패스트푸드점(12.6%), 편의점(10.0%) 등이 늘어났다. 반면 PC방(-4.2%), 문구점·서점(-3.3%) 등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밀접업종 가운데 이처럼 레드오션에 창업이 몰리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정부가 ‘안정성’ 위주로 자금을 지원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소상공인 지원은 최근 5년간 4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그 지원은 성숙기 단계(93.9%)에 들어선 소상공인에 집중됐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성숙기 보다는 쇠퇴단계에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바꿔말하면 업종전환이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을 할 수 있도록 쇠퇴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매월 전국 사업자등록 통계를 공개하는 이유는 예비창업자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레드오션에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게다. 이제는 창업보다는 퇴로시점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새로운 업종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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