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독재정권에 항거,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앞장선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길은 한국 민주화의 역사 그 자체였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그는 ‘문민정부’를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적·사회적 개혁과제를 이끌어 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고, 공직자재산공개 제도 도입을 통해 공직자의 도덕성을 높인 것이다. 또 대통령긴급명령권을 통해 금융실명제를 도입해 자본 흐름의 투명성을 높였으며, 이때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청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까지 직면한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경제정책의 실패가 너무 크다. 그의 재임시절, 환율이 800원대에 머무는 등 원화가 과대평가됐으며 성장률도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맞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개발국가의 한계를 살피지 못한 채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외환시장을 개방하고 규제 가이드라인을 철폐하는 등 국가경제와 사회 그리고 제도 등이 미처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빗장을 열어제낀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또 경기회복을 위해 택한 고환율 수출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는 대·중소기업간 격차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구조조정은 지금도 계속 진행중에 있다. 사실상 ‘IMF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3의 위기론이 나오는 등 경제가 침체돼 있을 때 희망을 주는 ‘전환적 리더’가 필요한데, 그런 리더를 키우지 못한 것 또한 YS가 남긴 한계이자 유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민주주의는 YS에게 적지 않게 기대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한번 김 전 대통령의 영면에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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