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달려 프로방스 마을을 등지고 핸들을 돌려 헤이리로 향한다.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오는 전래 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헤이리는 다양한 문화 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문화예술 마을이다. 50만㎡ 넓이에 작가·미술인·영화인·건축가·음악가 등 예술인 회원들이 참여해 집과 작업실·미술관·박물관·갤러리 등 문화예술 공간을 지었다. 지척에 철조망을 통해 북한이 건너다보이는 긴장과 대립의 땅이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평화의 땅, 문화예술 창출의 근거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헤이리의 야경<사진=상상출판>

스타일리시한 건축물의 모델인 헤이리. 익히 알려진 대로, 평범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면 그것마저도 특별한 것으로 만들 정도로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다투듯 뽐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자연 친화’라는 공통된 콘셉트로 똘똘 뭉쳐 어느 것 하나 어긋남 없이 자연스럽게 마을 분위기에 융화된 것이 신기하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무척이나 많아 조금만 더 자세히 둘러보려 해도 도끼 자루 한두 개쯤은 쉽사리 썩어나갈 것 같다. 먼저 마을 동쪽 끝에 위치한 정보센터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하우스’에 들러 지도와 정보를 얻어 미리 방문할 곳을 물색해두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테마파크 ‘딸기가좋아’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장소. 쌈지의 브랜드 ‘딸기’를 테마로 딸기 브랜드의 모든 것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캐릭터 테마파크다. 우스꽝스럽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이 채워진 곳으로, 재미있는 딸기 캐릭터와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놀이와 체험,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면서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곳이 많아 어린이와 부모도 함께 만족할 수 있다. ‘딸기가좋아I’은 캐릭터 체험 공간으로 딸기 브랜드 캐릭터들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 오감 체험 놀이 방식을 도입한 독특한 캐릭터 체험 공간이다. ‘딸기가좋아II’는 딸기만의 상상력이 녹아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체험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극대화시켜주는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20세기 소년소녀관<사진=상상출판>

토이뮤지엄 카페<사진=상상출판>

특히 장난감 박물관인 ‘20세기 소년소녀관’은 부모들도 함께 즐길 만한 곳이다. 장난감 수집가 현태준씨가 여러 해 동안 모아온 종이 인형에서 딱지·프라모델·로봇·비행기·게임기·우주선 등 추억의 때가 곱게 묻은 오래된 장난감들을 선보인다. 기억 속의 정경을 그대로 끄집어내 완벽하게 재현해낸 1970년대의 주택가와 상점으로 꾸며진 전시관 내부는 마치 작은 타임머신과 같다. ‘딸기가좋아’에 ‘집에 안 갈래’라는 부제는 괜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폐장시간이 되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아이들을 달래기가 무척 힘이 들 것이다.

번화가에서도 서점 하나 찾기 힘든 현실이지만 헤이리는 그렇지 않다. 곳곳에 책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나 테마 서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으로 만들어진 집, 북하우스는 지금의 헤이리를 있게 한 ‘헤이리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헤이리가 단지 황무지에 지나지 않았을 때에 가장 먼저 문을 연 북하우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멀리 헤이리를 찾도록 한 첫 번째 명소였다. 북하우스는 우선 특이한 외관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헤이리 땅의 생김새, 스카이라인과 잘 조화되는 모습으로 건축 외형과 내용이 기존의 발상을 한껏 바꿔놓고 있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와 나무의 조화로운 구성이 인상적이다. 내부는 거대한 책꽂이를 기둥으로 사용해 기본으로는 서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하우스에 걸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북하우스는 내부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책방이면서 갤러리이고 공연장이면서 레스토랑·카페이기도 하다. 예술의 장르가 상호 통합되고 소통되는 곳이 바로 북하우스 건축의 포인트.

프로방스<사진=상상출판>

북하우스 바로 뒤에는 북 카페 ‘윌리엄 모리스’가 위치해 있다. 윌리엄 모리스는 근대공예운동(Art & Crafts Movement)의 선구자이자 19세기말 ‘아름다운 책’ 운동을 주도한 영국의 예술가다. 공예운동가이자 디자이너이며, 시인·소설가·화가이기도 한 그는 생활 속의 미술 운동을 추구한 종합 예술가. 이곳 역시 북하우스와 같은 건축 콘셉트로 층수의 구별이 모호하지만 위층에 해당하는 곳은 깔끔한 카페이고, 아래층은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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