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가 30일 주최한 ‘재벌의 경영권 승계 관행, 어떻게 평가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합동토론회에서는 재벌기업의 개혁방안에 대해 보수측과 진보측이 함께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3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재벌의 경영권 승계 관행, 어떻게 평가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성대 김상조 무역학과 교수는 “재벌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 및 승계에 대한 욕망이 다양한 형태의 불법행위를 낳고 있다”며 “그룹의 존속은 물론 한국경제의 발전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벌기업들이 경영권을 유지 및 승계하기 위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재벌기업들은 창업세대에서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는 주로 공익재단과 차명주식을 이용했다. 또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이용해 차익을 남기는 수법을 썼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나 회사기회유용 사례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기회유용은 경영진 등이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이용해 자신이나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러한 불법적 경영권 승계와 관련, 1987년 이후 매년 4월마다 조사하고 있는 30대 그룹에서 한번이라도 포함됐던 77개 기업 가운데 2000년 이후 총수일가가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총 32개 기업(41.6%) 47명이다.

경영권 승계 방법과 사례<출처=‘재벌의 경영권 승계 관행, 어떻게 평가하고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집>

김 교수는 “유죄판결의 혐의는 대부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정가법)의 배임·횡령·사기 및 증권거래법·외환관리법 위반”이라며 “이는 기업의 부실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거나 후속 세대로의 경영권 승계 목적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뒤늦게 관련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불법승계를 막기 위해 관련 회사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법상 존재하지 않는 지배주주와 기업집단에 대한 정의를 내려 규율체계를 마련하고, 소액주주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당회사와 관계사의 경영상황 및 거래내역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회계정보 등의 전문정보 분석에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고, 법원이 선임한 전문가에게 ‘특별조사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또 대규모기업진단을 대표하는 대표회사를 지정해 국내외의 모든 계열사를 연결한 재무적 정보, 그룹의 출자구조와 의사결정구조, 사업전략 및 전망들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발간하고, 투명·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경영권의 유지와 승계는 사실 지배주주 일가의 인식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고, 법제도는 그 인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며 “총수일가 스스로가 전략적 경영판단만을 내리는 CEO의 역할만 고집하기보다는 전체의 성과를 평가하고 위험요소를 관리해 내부 구성원들을 통합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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