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겨울답다는 건 뭐니 해도 살갗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과 콧등을 뻘겋게 얼게 하는 찬 기온에 있을 터. 그래야 아궁이에 장작불 지펴 구들장을 데운 아랫목의 따뜻함이 고맙고 그립다. 강원도 횡성의 산골에는 따뜻한 아랫목의 그리움을 닮아 동장군의 기세에도 불구하고 열기로 가득한 곳이 있다. 바로 숯을 구워내는 참숯가마다.

강원참숯 공장<사진=상상출판>

참숯가마는 이름 그대로 참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곳이 겨울여행지로 인기가 높은 것은 건강에 좋은 숯을 구입하기위해서가 아니라 숯을 빼낸 후 숯가마의 열기를 이용해 몸을 데우는 찜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참숯가마는 약 100여 개.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이 강원도 횡성의 ‘강원참숯’ 이다. 오래된 숯가마에서 재래식으로 구워 질 좋은 참숯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으뜸이지만 가마 수가 20여개나 돼서 언제라도 1~2개의 가마에서 숯가마 찜질이 가능하다.

어느새 찜질방은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의 쉼터 역할까지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참숯가마 찜질방의 찜질 효과는 단 한번 체험으로 곧 단골이 될 정도로 탁월하다. 공기 정화에서 살균, 해독까지 숯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숯을 이용한 다양한 건강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숯가마 화덕(위), 숯 만들기<사진=상상출판>

참숯가마에 발을 디디면 온통 시커먼 광경에 미간을 찡그리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숯 굽는 구수한 냄새가 코끝에 기분 좋게 와 닿으면서 마음은 편안해진다. 검은 산 사이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가마에서는 일꾼들이 불덩이 같은 참숯을 꺼내느라 여념이 없다.

가마 하나에 들어가는 참나무의 양은 약 15톤. 가마에 가득 채운 후 4~5시간 불을 지핀다. 참나무에 불이 붙으면 가마를 진흙으로 봉한다. 그런 다음 닷새 정도가 지나 파란 연기가 사그라질 때쯤 봉한 부분의 일부를 떼 내고 숯을 꺼낸다. 완성된 숯은 들어간 참나무의 10분의 1도 채 안 된다. 숯이 비싸고 귀한 것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과 정성, 그리고 수확량에 비례한다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가마에서 찜질하는 광경<사진=상상출판>

전통 방법 그대로 즐기는 숯가마 찜질방은 숯막 노동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황토로 도배한 숯가마는 숯이 구워지면서 발산하는 원적외선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가 천천히 내뿜는다. 도심의 사우나, 찜질방과는 달리 숯가마의 열에너지는 피부 속 깊이 침투해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촉진, 체내 노폐물을 땀과 같이 배출시켜 몸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날씨가 춥다고 웅크리고 있기에는 겨울이 너무 길다.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내 몸을 위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올 겨울은 뜨끈한 찜질로 몸을 녹이고 고소한 삼겹살로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참숯가마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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