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이 올들어 9월말 기준 국내기업에 3조원을 투자하는 등 ‘대륙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말 한·중 두 나라간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만큼 중국자본의 국내 진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청은 ‘중국자본의 한국투자 현황 및 대응방안’이라는 연구결과를 통해 “올 9월말 현재 중국자본이 국내 32개 기업에 2조9606억원을 투자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 전체 32개 기업 중 20개사가 코스닥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터넷, 게임, 영화,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종에 주로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중국자본은 단순한 지분 참여보다 기업인수(M&A) 확대로 변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업 투자 비중 증가추세=중국자본의 한국 직접투자 총액은 1992년 100만달러에서 2014년 11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37.6%씩 급증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서비스업 투자 비중이 2011년 71.1%에서 2014년 87.8%로 최근 4년간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제조업 투자 비중은 감소세다.

중국자본의 한국 투자 규모

(단위: 억달러) <자료=중소기업청>

과거 중국 정부와 산업계가 에너지·원자재·금융 등을 중심으로 해외투자에 나섰지만, 중국내 성장동력이 소비로 전환됨에 따라 해외투자대상 업종도 게임·미디어·엔터테인먼트·IT 소프트웨어·제약BIO·유통 등으로 변화했다.

 
실제 9월말 현재 중국자본이 한국기업에 투자한 업종(상장사 기준)을 살펴보면 게임·인터넷 업종이 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엔터테인먼트(5곳), IT(4곳), 유통(3곳), 의류·제약·기타(각 2곳), 금융(1곳) 등이었다.

◇한류 편승 M&A 확대 속 ‘먹튀’ 경계=중국자본이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형태가 지분 참여에서 벗어나 M&A를 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랑시그룹이 국내 의류업체인 아가방에 553억원을 투자, 26.6%의 지분율을 획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그룹은 연평균 15% 이상 급성장하는 중국내 유아용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업체를 인수했다. 이처럼 중국내 유통망을 갖고 있는 중국자본이 한국 중소기업을 인수하고 ‘한류’에 편승해 중국내 입지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자본의 투자 목적별 분류

(단위: %) <자료=중소기업청>

중국자본이 투자된 국내 상장회사들의 주가가 대부분 10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현재로선 중국자본 투자에 대한 국내 주식시장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거 ‘먹튀’ 논란을 빚었던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와 비오이(BOE)그룹의 ‘하이디스’ 인수처럼, 국내 기업의 기술만 취득한 채 경영개선은 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서강대 정유신 교수는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투자 증가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라며 “M&A 보다는 부분투자로서 상호이익을 얻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중국과 기술제휴를 하고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것이 국내 기업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한중펀드의 설립, 중국자본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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