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 정부에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은 한국을 위한 정책보고서(Better Policy Korea)’라는 표제가 붙은 이 보고서는 “생산성은 OECD 회원국 전체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경제성장률은 수년동안 감소했으며, 소득 불평등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이어 “재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은 내수와 고용에 대한 낙수효과를 예전처럼 못내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제조업과 서비스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극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낙수효과가 없다’는 점을 OECD 보고서가 강조한 것이다.

지금껏 대기업과 관련 경제단체 그리고 재벌 소속 경제연구소 등은 ‘낙수효과’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왔다. 그 다음엔 바통을 이어받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라며 낙수효과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첨병 노릇을 해 왔던 게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들의 논리는 대기업과 부유층이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면 그것이 물처럼 흘러내려가 중소기업·자영업·저소득층도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돈을 잘 벌면 국내총생산(GDP)도 늘어나고 국민의 삶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는 게 낙수효과의 핵심논리다.

그런데 수출 대기업은 잘 됐지만 GDP 증가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각종 경기지표를 보면 중소기업·자영업을 가리키는 화살표는 아래로 떨어져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사람들이 실제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더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프가 아닌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불황이라면서 금리도 낮춰가면서 시중에 자금을 풀고 있지만 경기부양 속도는 왜 그에 미치지 못할까. 오히려 ‘제로 성장’의 위기 속에서 낙수효과는커녕 양극적 균열을 겪고 있지 않았던가. 선진국 사례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부가 이번 OECD 보고서를 통해 낙수효과 이데올로기에 종언을 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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