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임직원들이 인사청탁을 위해 금품과 향응을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감찰반은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한전 처장급 고위 간부 네 명이 향응을 접대받은 현장을 적발했다. 인사청탁 대가로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이 오간 것도 추가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부정비리 근절을 위해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발생, 할말을 잃게 만든다. 한전 임직원과 관련된 비리는 예전에도 있었다. 금품수수 등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서부터 음주·간통·도박 등 중대범죄까지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전 임직원들의 범죄연루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공기업의 맏형’격인 한전에는 개인비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년전 대표적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왔던 김중겸 한전 사장이나, 최근 감사·비상임이사 등도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공공기관 임원을 정리해 11일 발표한 ‘공공기관 친박 인명사전’에 따르면 한전의 감사, 비상임이사 뿐 아니라 계열사 등에도 낙하산 인사가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을 포함해 공공기관에 들어간 ‘친박인사’가 총 84개 기관에 114명이라고 민 의원은 밝혔다.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경영성과 저조와 내부의 도덕적 해이라는 폐해를 불러온다. 자질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 인사는 정치권이나 정부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고 이는 방만경영과 과다부채라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대표적인 게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이다. 또 이들 인사는 내부 인기에 영합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업무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를 낳고 있다. 공공기관에게 “뼈를 깎는 각오로 개혁하라”면서 고질병인 낙하산 인사가 계속된다면 공기업 비리의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는 빌미를 줄 뿐이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등에 대한 개혁은 필수다. 비리자 처벌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비리자만 엄벌한다고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스스로 도덕성을 갖춰야 차제에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을 텐데 이처럼 낙하산 인사가 잇따르면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개혁이 일관성있게 진행되려면 이해관계자에게 떳떳해야 한다. 그런 정당성이 결여됐다면 공공기관 개혁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공공기관 개혁은 낙하산 근절부터 시작하고, 공기업이 설립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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