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목마을을 가기 전에 즐길 수 있는 남다른 기쁨은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 ‘서해대교’를 달려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것. 7.31km라는 다리를 처음 달리게 되는 설렘에 10여분 정도 짜릿한 드라이브까지 얻을 수 있어 상당히 신바람이 난다.

대호방조제<사진=상상출판>

서해대교가 끝났다고 아쉬워한다면 그건 아직 남은 방조제 드라이브 길을 모르기 때문이다. 서해대교 남단 송악IC로 빠져나오면 석문방조제~왜목마을~대호방조제로 이어지는 1시간 여의 아우토반 바닷길 드라이브가 시작된다. 서해에서 가장 물이 맑다는 당진의 해안 드라이브길에서는 적당한 스피드와 함께 간척지 사업으로 생긴 인공호수에 둥지를 튼 철새들의 향연까지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운이 좋아 바다로 세상을 물들이는 서해의 일몰과 함께 서해대교나 방조제길을 달리게 된다면 이는 분명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낭만의 길이 될 것이다.

해가 서쪽에서 뜨는 마을이 있다. 그것도 아주 고운 모습으로. 의심스럽다면 당진의 왜목마을에 가보자. 정말 그곳에서는 오늘도 토실토실한 해가 뜬다. 왜목의 일출은 아주 천천히 정성스럽게 올라온다. 호수처럼 찰랑거리며 물안개를 피워내는 서해바다. 어스름한 여명 속에서 아직 잠을 덜 깬 통발어선과 말뚝들, 파도조차도 숨을 멈춘 듯한 조용함이 노란빛과 어우러져 주위를 감싼다.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고 하늘과 바다가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여지기를 10여분. 노란빛으로 물든 하늘이 주황빛으로 그 색을 더할 즈음 아기의 볼처럼 토실토실한 해가 수줍은 듯 천천히 고개를 내민다. 점점 붉어지는 해는 하늘과 바다에 불기둥을 그리고 고깃배들은 통통거리며 고요를 깨운다.

갯벌체험<사진=상상출판>

당진 왜목마을. 왜목이라는 이름은 왜가리의 목처럼 길게 뻗어 나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해에서 해를 볼 수 있는 그 신비는 지도를 펼쳐보면 이해할 수 있다. 마을의 정 동쪽을 보면 바다 건너 경기도 화성 땅이 멀리 보이지만, 화성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꼴이 되어 신기하게도 일출을 볼 수 있는 서해가 된 것이다. 왜목마을 일출의 상징인 노적봉 일출은 장고항에서도 볼 수 있다.

서해에서 즐길 수 있는 최대의 즐거움은 단연 갯벌여행. 물이 빠져버린 뻘에 나가 조금만 둘러봐도 살금살금 도망가는 게,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 자갈밭을 살살 긁으면 툭툭 나오는 바지락이 손과 눈에 잡혀 잠시도 가만히 있을 틈이 없다. 초보 아빠에 왕초보 아이라도 1~2시간이면 게며 조개 한 끼 식사감 정도는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갯벌이 살아있는 땅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도비도는 갯벌에 뻘보다 자갈이 많아 옷이 더럽혀질 걱정이 적으며, 운동화에 비닐봉지, 호미, 면장갑 정도면 된다.

도비도 갯벌<사진=상상출판>

이른 새벽부터 서두른 일출여행. 그 감동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지만 몸은 찌뿌둥하다. 그렇다면 왜목에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대호암반해수탕에 몸 좀 푹 담그면서 여운을 되새기자. 지하 암반 200m에 농축된 암반해수를 끓여 올린 천연해수탕으로, 굳이 성능을 말하지 않더라도 뜨거운 해수탕에 피로를 풀고 바다가 보이는 노천탕에서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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