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연일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당이 입법논의를 외면하고 있다며 노동개혁 법안 처리 등이 지연되면 경제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5일 “국회가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시급한 법안들을 미룬다면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8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청년실업, 가계부채, 수출애로 등과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예상 등 외부적 요인까지 겹쳐 한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줄 것을 희망하는 메시지로 차라리 듣고 싶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를들어 박 대통령이 처리를 강조한 노동개혁 5대 법안은 논란도 크고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이견이 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경우 그렇다. 지적했던 바 현행 2년에 2년 더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하는 기간제법은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또 파견법도 소속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일하게 하는 파견근로를 주조 등 일부 업종의 경우 파견을 허용하자는 내용인데, 결국 불법파견만 늘어날 것이라는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가 ‘노동개혁’이라고 내세운 법안들은 양질의 일자리창출과 소득격차 해소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전망과는 반대의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에 압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놓고 그동안 청와대가 노동계나 국회와 소통했는지 묻고 싶다. 얼마전 청와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과 자주 만나 소통했다”며 “올해만 2번”이라고 얘기한 부분은 실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과 ‘자주’ 만나지도 않고 노동계와도 소통하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만을 강조하는게 맞는 이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만남 그 자체가 소통이 아니다.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소통이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따지기 전에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 반대의견에 좀 더 귀기울이고 국회와 끊임없이 대화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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