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과 미황사 여명<사진=상상출판>

삐죽삐죽 돋아있는 바위들이 인상적인 달마산. 달마산을 처음 대한 느낌은 남쪽의 작은 금강산처럼 화려한 산세의 오묘함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굽이굽이 길을 내준 미황사 길은 편안하면서도 긴장된 즐거움을 선사한다.

미황사는 웅장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찾는 즐거움은 크다. 우선 뒤편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산중턱에 아담하게 대웅보전이 앉아 있다. 대웅보전의 주춧돌에는 다른 사찰에서 보기 드문 게, 거북 등 생물들이 새겨져 있다. 대웅보전과 응진전은 각각 보물로 지정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세월에 단청의 화려한 색깔을 털어버린 나무들의 색감은 단아하다 못해 투명하다. 대웅보전 앞마당 한가운데서 찰랑찰랑 물을 쏟아내는 약수는 달마산의 암반을 뚫고 나온 천연 약수라고 한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세워져 대선사들을 많이 배출한 절이다. 그 절의 내력을 보려면 부도전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미황사의 최대 자랑인 부도전은 동쪽 동백숲 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동부도전과 서부도전으로 나누며, 대둔사의 부도전보다 예술적으로 뛰어나다.

땅끝 일몰<사진=상상출판>

미황사의 매력은 달과 별이 뜨는 저녁에서 새벽까지의 고요함이다. 기회가 된다면 미황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새벽예불에 참여해 보자. 주지스님의 맑은 염불소리가 풍경소리처럼 귓전을 울린다. 또한 미황사는 조계종에서 실시하는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되어 사찰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미황사에서 언제라도 다도, 발우공양, 저녁예불 등 사찰체험을 상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금강스님이 직접 달여 주는 차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새벽예불에 참석해야 이런 행운도 온다). 미황사에 가기 전에 종무소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여행코스를 잡는 것도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땅끝마을은 이미 주말관광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매년 1월1일 해맞이축제가 펼쳐지는 이곳은 일출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기대에 맞춰 땅끝 사자봉 정상에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총 9층 높이로 멀리서 보면 미사일 모양의 조형물은 다도해를 한눈에 넣을 수 있는 땅끝전망대. 이곳은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쪽으로 완도군의 노화도, 보길도는 물론 맑은 날은 제주도의 한라산이 수평선에 모습을 드러낸다. 또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진도, 조도, 관매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시선을 끈다. 해질 무렵 다도해를 붉게 물들이며 펼쳐지는 낙조는 비경 중의 비경.

갈두항과 땅끝마을 전경<사진=상상출판>

전망대와 함께 땅끝의 상징물이 된 토말탑. 토말탑 앞에 서서 여행자들끼리 사진을 찍는 모습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인다. 그건 다름 아닌 한반도의 최남단 땅끝에 서는 감회, 아니면 ‘내가 드디어 땅끝에 섰다'는 묘한 긍지 같은 것들이 얼굴에 미소처럼 번진다. 대부분 친구들끼리 우정을 확인(?)하는 여행객들이다. 낯선 땅끝에 온 느낌을 묻자, “너무 좋아요”라고 짧게 대답한다. 그렇다. 정말 땅끝에 선 느낌을 더 이상 어떻게 일축하랴.

일단 전망대의 감회를 정리하고 갈두항으로 내려오면 불가피한 갈등이 생긴다. 보길도행 배에 몸을 실을 것이냐, 갈두항에서 맛있는 회를 먹으며 아쉬움을 대신하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물론 땅끝까지 와서 보길도를 보지 않고 발길을 돌리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쉬움을 떨쳐버리자.

맛있는 해물탕을 먹고 해남군이 관광도로로 지정한 사구미까지 드라이브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이 관광도로는 완도를 차창너머로 보면서 때묻지 않은 바다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사구미해수욕장은 땅끝과 송호리해수욕장의 명성에 가려 유명하진 않지만 고운 모래가 길게 펼쳐져 있고 해송숲이 겨울바다의 편안함을 안겨준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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