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한창이었을 때 벤처기업 대표라는 직함만으로도 외부기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적이 있었다. 특히 시장에서 매출이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는 점을 알고 소위 ‘가라세금계산서’를 만들어 서로 돌려가며 매출액을 부풀렸던 때였다. 필자 역시 그중의 하나였다. 매출을 쉽게 올릴 수 있었고, 회사의 주가는 상승했다. 하지만 몇몇 업체가 부도나기 시작하면서 세무조사와 검찰조사까지 이어지고…심한 홍역을 치르고 만다.

얼마 전 후배 한명이 부탁을 해왔다. 자기 회사가 정부자금을 받으려 하는데 매출액이 모자라니 ‘매출을 만들어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이었다. 잠시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서 거절을 했지만 마음 한 구석 씁쓸하다.

기본원칙을 갖고 회사를 경영하기보다, 좀 더 빨리 가거나 혹은 조금 쉽게 가려고 변칙과 편법을 쓰다간 더 많은 것을 잃는 것이 세상 이치다. 원칙을 지켜가며 좋은 결과를 얻기까지는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하지만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쉽게 이루려는 회사 대표들의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쉽게 가려다가 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내년 초가 되면 중소기업들이 정부 지원자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할 것이다. ‘운영자금이 부족하고 개발자금이 모자라니’하며 한결같이 1억원만 있으면 사업이 대박나고, 해외수출도 전망이 밝은 양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강조한다. 심지어 자금을 받기 위해 회사에 없는 매출을 만들고, 없는 기술자나 직원도 꾸며 어떻게든 자금을 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마련한 자금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1억원의 자금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해서 회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사라질까? 곧 또 자금이 부족해 질 것이고 다시 자금을 얻기 위해 편법을 사용할 것이다. 수법도 과감해지고 액수도 커지게 된다. 실제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겠으나, 이 보다는 회사 대표의 경영자 자질과 철학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 필자 역시도 돈보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경영자로서의 자질이었다. 당시 이런 경험 등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점은 바로 ‘정도(正道)를 가라’는 평범한 진리였음을 고백한다.[MTT 신용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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