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전인 1996년과 현재의 경제상황이 비슷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달러 가치의 강세, 국제유가의 하락, 고위험 채권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의 급등 등이 닮았다는 분석이다.

2015년 현재 중국의 성장세 둔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엔진이랄 수 있는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올 들어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1996년에는 일본의 엔저 때문에 수출이 급감했다. 1996년과 2015년은 객체가 각각 달랐을 뿐 중국과 일본에 낀 ‘넛크래커(Nut Cracker)’ 신세라는 점은 묘하게 닮았다.

 
또 1996년에는 반도체 시장이 활황이었다. 사실 이때 정점을 찍고 확 꺾였다.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수출 효자품목이었다가 올해부터 정보통신(IT)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부채문제도 양상이 비슷하다. 1996년 당시 대기업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었다. 2015년의 부채문제는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뇌관’이 되고 있다. 그때 기업부채였다면 지금은 가계부채라는 점이 다르다.

반면 외환보유고는 1996년 당시엔 곳간에 돈이 없어 IMF한테 손을 벌리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2015년 현재 4000억달러(410조원)로 평가받는 등 안정적이다.

특히 1996년 당시 우리 주식시장은 한창 ‘버블’이었다. 정부도, 전문가도, 언론도 그 누구도 위기를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결과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맞게 됐다.

선행학습 효과때문인지, 2015년 현재 경제위기설이 파다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정적자와 금융불안정을 경제위기의 배후로 지적한 반면, 노동5법과 원샷법(기업활력제고법) 등이 제때 처리되지 않아 국가비상사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식이다. 같은 위기론이지만 인식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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