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 안충영 위원장이 취임식에서도 내비쳤듯 최근 동반위 5주년 간담회에서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안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면 그것 자체로 생명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제화가 될 경우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기술공유 등을 신경 쓸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반위는 지난 2011년 시작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따라 대기업에 시장 진입자제, 사업철수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안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적합업종 법제화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이전에도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의의와 쟁점’ 연구보고서 등을 통해 “법에 근거한 강제적 규제는 오히려 대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해주어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의 말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한 내용을 준수’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적합업종 제도가 민간자율규범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합의해놓고 대기업이 지키지 않아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가 상생을 위해 법제화하자는 것인데 오히려 법제화하면 대-중소기업간 상생할 수 없다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 법제화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이 합의해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토록 하자는 얘기다. 앞서 동반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대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을 막기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내놨다. 해법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다른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법제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동반위의 역할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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