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초로 증언에 나서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된지 24년만이다. 한·일 양측은 ▲군의 관여아래 다수 여성에 상처를 입힌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마음에 사무치게 느낌) ▲아베 총리는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함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 재단을 설립, 일본 정부는 10억엔(한화 약 100억원) 예산 거출 ▲일본 정부가 조치를 착실히 이행하면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 ▲소녀상 문제는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 노력 등의 사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발표에 대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왜 우리를 두 번, 세 번씩 죽이는 거냐”며 “대체 외교부는 어느 나라의 외교부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중요한 쟁점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우선, 위안부 피해자 및 관련 단체가 강력히 요구해 온 일본 정부의 국가적·법적 책임에 대해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책임을 통감’이라는 표현만 사용했을 뿐 그 책임이 도덕적 책임인지 법적 책임인지를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 일본은 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엔을 거출하면서 ‘배상금’ 대신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치유금’이란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준다는 의미로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일본이 ‘배상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은 위안부 동원을 불법행위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심지어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소녀상 이전을 위해 노력한다는 대목에서는 아연실색했다.

이번 합의 발표는 피해당사자가 철저하게 배제됐다. 무엇보다 역사적 범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그에 따른 책임자에 대한 심판 등 핵심이 빠졌다. 진정한 ‘사죄’였다면 이러한 절차가 필요하며, 게다가 ‘반성’한다면 범죄행위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안부소녀상 이전을 말할 수 없다. 일본 교과서의 왜곡을 지적해 왔던 그리고 ‘피해자들이 수용가능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을 이끌어내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부 ‘발표’에 불과하다. 위안부소녀상의 보전과 함께 일본 교과서에 이를 기술하도록 해 범죄행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순인데 그렇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해결됐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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