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결과 조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유형은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주가조작이다. 이외에 공시 등을 앞두고 있는 미공개 정보를 미리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행위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한 유형이다.

이번 금융위 보도자료를 보면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 내부에 설치된 기구)는 정례회의를 열고 A사의 미공개중요정보이용금지 위반혐의에 대해 A사 및 소속 직원 3명, 4개 증권회사 및 소속 애널리스트 4명 등 총 12명에 대해 고발이나 검찰통보 조치를 했다.

또 4개 증권회사에 대해서는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고발 조치와 별개로 ‘기관경고’ 또는 ‘기관주의’ 조치를 했다.

이 사건은 A사 소속 IR팀장 및 팀원들은 A사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악재성 미공개중요정보를 애널리스트들에게 사전에 전달한 사건이다. B사 등 4개 증권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11개사 자산운용사측 펀드매니저에게 이 정보를 전달해 손실을 회피하고 부당이득을 취득토록 했다. 사건당일 기관투자자들은 106만주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104만주를 순매수해 손해를 입었다.

주식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의 주인공인 A사는 CJ E&M이다. 보도자료에서는 이 회사의 이름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지만 보도자료 파일명이 ‘자본시장_불공정거래에_대한_조사결과_조치(CJ_E&M)’였다는 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물론 시장에서는 CJ E&M은 물론 정보를 유출한 4개 증권회사의 이름도 이미 알려져 있다. 금융위가 굳이 사명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알 수 없는 정보는 아니었다. 금융위가 공식적으로 사명을 거론하지 않은 것이 특혜도 아니다. 공식적으로 금융위는 이러한 사건에 대해 회사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파일명의 경우 실무진의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 있다.

사명을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이유도 추측할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 역시 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할 때 이니셜이나 갑, 을 등의 표현으로 사명을 거론하지 않을 때가 많이 있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해석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칫 사명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가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 결정이 나거나,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할 경우 회사가 입을 피해가 막심하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명이 알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을 염두에 두고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의미라면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관경고 또는 기관주의 조치를 내린 증권사의 사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금융위가 법에 의거해 특정회사에 행정조치를 내린 경우, 조치받은 회사명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 등을 내릴 때 사명을 공개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조사과정에서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지만, 조사를 끝내고 어느 기업에 시정명령 등을 내렸는지 공개할 때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증권사로 인해 추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보호법익도 존재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존중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며 확대돼야 마땅하지만, 행정조치가 확정된 경우라면 다르게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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