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고 덕담이 오가지만, 매서운 겨울 날씨만큼 꽁꽁 얼어붙은 싸늘한 느낌이 감돈다. 이미 ‘지난 해’가 돼 버린 2015년은 경기지표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대부분 아래로 향했다. 정부의 강도높은 부양정책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 3년차동안 두번씩이나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경제주체들의 정책의존도는 더욱 높아져 마치 중환자실의 풍경과도 같다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성장과 물가,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위축되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대로라면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약간의 속도차가 존재하더라도 수레의 양쪽 바퀴와 같이 동반성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의 경우 굳이 독일식 강소기업을 주창하지 않더라도 공급사슬에서 대기업과 협업관계를 형성해 함께 성장하는 게 이상적인 형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두 부문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그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규모와 역량, 그리고 제도 및 금융의 접근성에서도 중소기업이 열위에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대기업집단의 독특한 구조와 방대한 사업영역, 그리고 불합리한 거래관행과 불공정한 경쟁구조가 자리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당장의 성적표때문에 경기부양책에만 골몰해 온 게 사실이다. 오히려 경제혁신을 중장기 과제인양 후순위로 밀쳐놓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얘기한 ‘경제민주화’는 지난 한해 어느 누구도 거론한 적이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상당기간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구조적인 체질 개선에 매진할 수 있는 적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2016년, 새로운 해가 떠올랐다. 성장률 전망치와 완만한 ‘회복’이라는 장밋빛 구호보다는 그에 가려진 ‘위험’ 요인들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리고 설혹 더딜수 있을지언정 ‘경제민주화’ ‘대-중소기업간 상생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름길이며, 올 한해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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