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이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계열사 공익법인을 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경제개혁연대는 ‘재벌의 공익법인 악용 현황 및 보완대책’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등 총수일가는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지난해 10월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금호산업의 주식만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총 2321억원의 출자금 중 1301억원을 박 회장 일가가 출자했다. 또한 금호재단, 죽호학원 등 금호그룹 공익법인과 이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들도 총 650억원을 금호기업에 출자했다.

문제가 되는 건 주식 인수가격이다. 이들이 채권단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한 주당 4만1213원은 현재 금호산업 주식의 시가인 1만3800원(1월4일 종가) 보다 3배 가량 높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 일가는 경영권을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유인이 있다 하더라도 공익법인은 그럴 이유가 없다”면서 “박 회장의 사익을 위한 명백한 고가매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일 공익법인 등의 이사회가 이를 승인했다면 배임을 면하기 어렵다. 공익법인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호산업은 아파트 건설, 고속도로공사, 고속버스 운송 사업을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다. 지난 2009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으나 6년 만인 지난해 12월 박삼구 회장 일가가 7228억원에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되찾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