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oil on canvas, 390x194cm, 2013

“현대사회는 IT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이색적인 문화와의 접촉으로 새로운 문화를 끊임없이 형성해 나가고 있다. 나의 작품 세계도 개인적 체험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 과정을 겪으며 특히 대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화면 속 대상과의 진정한 교감속에서 내적 열망을 해소하며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추구하고자 독자적이고 직관적인 표현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작가노트 중) 

허정수의 그림은 감상자가 무엇을 그렸는지 눈으로 보고 금세 알아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느낌을 표현했는지에 대해서도 비교적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는 그녀의 그림들이 비단 구상회화(figurative painting)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그 말이 곧 그림을 그린 당사자 이외의 누구나 작품의 은밀한 의미까지 온전히 읽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파란테이블_2, oil on canvas, 162x97cm, 2013

오히려 허정수의 회화는 본인을 제외하고는 그림 속 모티프의 상징적 의미라든가 그림이 풍기는 분위기의 정확한 의도를 제삼자가 제대로 해석하기 힘든 부류에 속한다. 이 작가의 그림이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층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자가 그녀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대상을 인지하고 특정 느낌을 포착할 수 있는 이유는 ‘공감’에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허정수의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에 등장하는 바람 부는 들판, 분홍빛 거대한 꽃, 푸른 무밭, 파란 테이블 위 레몬과 물잔, 기괴한 인형, 머리를 튼 여인의 뒷모습, 음산한 풍경 속 집 등에서 그 개별 모티프의 존재감을 의식하고, 그로부터 우리들에게 익숙한 감정, 정서, 정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밭,oil on canvas,117x91,2013

깊이 들어가면 결코 같을 수 없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일반적인 삶의 지각(知覺), 그렇게 지각하는 경험에 관한 가시화가 허정수 회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인생의 쓸쓸함, 비애, 외로움, 낯섦, 두려움, 걱정, 우울함 같은 감정 혹은 생기발랄함, 생동감, 즐거움, 만족감, 여유로움 같은 정서 나아가 거침, 매끄러움, 부드러움, 달콤함, 씁쓸함, 깔깔함, 질척임, 꽉 참, 텅 빔 같은 감각. 이같은 느낌이나 기분, 촉감이나 미감을 허정수의 화면에서 타인이 엇비슷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허정수의 회화는 표현적이다.(강수미 평론글 중 발췌)[정리=갤러리192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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