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책자금 브로커를 근절하겠다며 만든 신고센터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이코노미 취재에 따르면 2009년부터 중소기업청이 운영 중인 정책자금 브로커 신고센터에서 제보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지난 8일 기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센터의 정식 명칭은 ‘정책자금 제3자 부당 개입 신고센터’다.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신청을 대신해 주고 과도한 수수료를 챙기는 브로커를 적발하기 위해 설립됐다.

출범 당시 중기청은 정책자금 브로커 신고에 포상금 100만원을 내거는 등 제보 접수에 열의를 보였으나 지난 7년간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전무했다. 기업이 외부업체로부터 자문을 받고 대금을 치르는 게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기청에서 발급하는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컨설턴트들은 인사, 재무, 마케팅은 물론이고 정책자금 컨설팅도 맡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영지도사와 브로커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기청 내부에서조차 브로커의 정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기청의 모 서기관은 “정책자금을 수령해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준 다음 정부에는 거짓으로 명목을 적어내는 곳”이라고 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성공보수를 과도하게 요구한다거나 공공기관 직원임을 사칭하는 경우, 기업 평가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브로커 신고센터 설립 취지는 좋았다. 일부 중소기업이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브로커들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의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중기청 기술개발과 이정훈 사무관에 따르면 매년 수십 건 남짓한 신고가 접수됐으나 모두 처벌이 불가했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적도 있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접수된 신고의 대부분이 “정책자금 신청을 대신해주고 성공보수를 떼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인데, 제안만 가지고 처벌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기청은 브로커 색출보다는 브로커 없이도 기업이 쉽게 정책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정책자금 지원 서류를 간소화해 어떤 기업이든 별도의 자문 없이 신청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처 김민지 대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책자금 지원은 별도의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다. 신청서를 잘 썼다고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체 평가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문의사항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중진공에 직접 문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외부인의 부당한 개입으로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경우 기업과 브로커 모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정책자금에 부당하게 개입한 개인이나 업체는 정책자금 사업 데이터베이스에 정보가 등록되며 향후 정부의 컨설팅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대행을 의뢰한 기업은 정책자금 지원이 취소되며 중기청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