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3월9일 코스닥 벤처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787.4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년만에 10배가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채 1년도 안된 그 해말 코스닥 벤처지수는 91.53포인트를 기록, 1/9수준으로 폭락한다.

최근 다시 벤처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기업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로, 중소기업(0.8%)보다 3.6배, 대기업(1.4%)보다 2.1배 높다. 또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스타 벤처기업이 460개며, 매출 1조원을 기록한 벤처기업도 6개에 이르렀다. 한때 ‘닷컴 열풍’을 이끌었던 벤처기업이 ‘2000년 벤처 붐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벤처기업 수 증가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2009년 이후 ‘회복세’ 나타내=산업연구원이 최근 펴낸 ‘벤처 진단 및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투자 벤처기업’의 수는 지난해 11월 현재 938곳이다. 벤처 붐을 일으켰던 2000년 1393개사에서 점차 줄어들어 2009년 555개사를 저점으로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이에대해 보고서는 “벤처캐피털 투자 벤처기업은 본래적 의미의 벤처기업으로 보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벤처투자의 증가세와 함께 벤처 재도약의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벤처기업 총수는 1998년 2042개사, 2003년 7702개사를 기록한 이후 2015년 3만835개사로 해마다 늘었다.

벤처 붐과 이후 벤처 정체:코스닥 지수 변화 과정

<자료=산업연구원>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2008년 7247억원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한 이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4년 1조6393억원에 달했다. 이는 비록 2000년 ‘벤처 붐’ 당시(2조211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투자가 늘고 있음은 뚜렷하다.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부족”=2000년 당시 세계적인 벤처 붐에 편승한 우리나라 벤처시장은 거품 붕괴를 겪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벤처 붐의 정점이었던 2000년 3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입 규모가 3705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막대한 유입자금을 기초로 벤처 붐이 촉발됐던 것이다.

벤처 붐 이후 곧바로 벤처 거품이 빠지게 되고 이어서 벤처 정체가 장기화된 배경에는 벤처투자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998~2011년 동안 벤처투자 수익률과 국고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국고채 평균 수익률은 5.27%였던 반면 벤처투자 수익률은 그보다 낮은 4.08%였다. 벤처에 투자하기 보다는 안전자산인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국의 경제규모(GDP) 대비 벤처캐피털 비중

<자료=산업연구원>

이에대해 산업연구원 조덕희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경제규모(GDP) 대비 벤처캐피털 비중이 0.054%로, 프랑스 일본 독일보다 높은 세계 5위권에 들 정도로 벤처캐피털이 풍부한 국가”라며 “현재 벤처투자 시장에서 재원 조성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활성화를 위해 ▲벤처자금 지원 위주에서 창업보육 기능의 내실화 ▲벤처특별법(2017년 한시법)의 재연장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의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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